[찐비트]재택근무 생산성 평가 '극과극'…'일 잘하나' 노사 불신만 커진다[오피스시프트]③

재택근무 생산성 연구 쏟아졌지만 결론 못 내
경영진과 직원, 재택근무에 대한 평가 엇갈려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찐비트 속 코너인 '오피스시프트(Office Shift)'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시작된 사무실의 변화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동안 우리가 함께해온 실험을 통해 업무 형태의 답을 모색하기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매주 토·일요일 오전에 여러분 곁으로 찾아갑니다. 40회 연재 후에는 책으로도 읽어보실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2015년 연구에 들어갈 때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두고 공간은 아낄 수는 있지만 생산성 비용을 키울 거라고 했어요. '재택근무의 3대 적은 침대, TV, 냉장고'라는 농담을 하곤 했으니까요."

20년 가까이 재택근무를 연구해온 니콜라스 블룸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지난해 6월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 저스틴 폭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금은 많은 직장인이 재택근무를 경험했지만 2015년 당시에는 재택근무가 극소수 회사에서만 실험하는 근무 형태였다. 사무실이 아닌 침대, TV, 냉장고가 있는 집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근무 형태라는 인식이 강했다. 상사나 동료들이 없는 집에서 침대에 눕거나 노트북 앞이 아닌 TV 앞에 앉고, 틈나는 대로 냉장고 문을 열어보며 간식을 먹는 통에 집중력이 흐려져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새로운 근무 형태를 경험하면서 기업이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생산성이었다.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직원이 근무를 하더라도 동일한 생산성이 유지될까 하는 것이었다. 기업들은 생산성 측면에서 문제만 없다면 재택근무가 사무실 임대료 등 오히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근무 형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양한 기술을 차용하면서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응해 나갔지만, 새로운 업무 방식이 과거의 성과를 그대로 거둘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일에 초점을 맞춘 공간이자 서로가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무실에서의 일상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 생산성 관련 연구 쏟아졌지만…결론은 아직

3년간의 재택근무 실험 결과 생산성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가름 났을까? 아쉽게도 아직까지 의문이 제대로 해소되진 못한 듯 보인다. 코로나19 기간 중 전 세계가 실험을 진행했고 이를 토대로 학계에서는 수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하지만 어느 쪽도 대세를 잡지 못했다. 연구 결과는 각양각색이었다. 노동 생산성을 평가하는 요소가 다양한 만큼 어떤 요소에 중심을 두고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였다.

마이클 깁스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 등은 2021년 7월 집에서 근무하는 과정에서 집중도가 떨어지고 소통과 관련해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시아 지역 한 IT 회사 내 1만 명 이상의 지식 근로자를 중심으로 연구한 결과 근무 시간은 18% 늘었으나, 평균 생산량은 소폭 줄어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8~19%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자녀가 있는 직원들이 업무 시간은 길었지만 오히려 생산성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시기 ‘워킹맘’들이 재택근무보다 사무실 출근이 더 업무에 집중하기 좋다고 호소하는 경우를 목격하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블룸 교수와 호세 마리아 바세로 멕시코자율공과대(ITAM) 교수, 스티븐 데이비스 시카고대 교수 등은 2021년 4월 미국인 3만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팬데믹으로 업무가 재조정되면서 생산성이 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기존의 생산성 지표가 직원의 출퇴근 시간이 절약되는 부분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생산성이 개선된 것의 20% 수준만 파악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진은 2022년 7월 새 논문을 통해 재택근무가 향후 2년간 2%포인트 수준의 임금 상승 압박을 낮춰 기업의 부담을 줄여준다고도 분석했다. 직장을 오가는 시간과 불필요한 업무가 줄어들고 재택근무에 만족한 직원의 임금 상승 요구가 감소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평가다.

이처럼 재택근무의 생산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다수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재택근무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학자가 포함된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IGM포럼은 2021년 11월 전문가 82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주 2일 재택근무를 진행할 경우 장기적으로 직원의 생산성이 더 높아질까'라고 묻자 응답자의 56%는 '불확실하다(uncertain)'고 답했다. 이들은 업무의 특성이나 조직의 상호작용 등이 재택근무의 생산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그 효과를 확실하게 알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재택근무는 ‘미지의 근무 형태’라는 얘기다.

◆ '극과 극' 평가, 경영진과 직원의 동상이몽

코로나19 기간 중 새로운 근무 형태의 생산성 효과와 관련해 확실해진 건 경영진과 직원의 입장차가 커졌다는 것뿐이다. 지난해 9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영국 등 11개국 약 2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원의 87%는 재택 또는 하이브리드 근무(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섞은 형태)로 일할 때 생산성이 더 높다고 답했다. 반면 고용주는 85%가 하이브리드 근무로의 전환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직원의 생산성 수준에 대해 확신을 갖기 어렵다'고 했다. 거의 비슷한 비율로 직원과 고용주가 서로 상반된 답변을 내놨다. 고용주 중에서는 자신의 팀이 생산적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힌 비율이 12%에 불과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이 북미 지역에 비해 재택근무의 생산성에 대해 더욱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이다. 북미 지역의 직원들은 평균보다 높은 90%가 재택근무가 생산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태 지역 응답자는 83%만이 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재택근무 하는 직원의 생산성에 확신을 갖기 어렵다고 답한 경영진의 비율은 북미 지역의 경우 77%, 아태 지역은 89%로 10%포인트 이상 격차가 있었다. 문화권마다 재택근무의 생산성에 대해 받아들이는 인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MS는 협업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팀즈'의 전 세계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직원들이 1주당 회의하는 시간이 153% 늘었고, 직원의 42%가 회의 중 이메일을 보내는 등 멀티태스킹을 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기간 중 오히려 업무량이 늘었다는 뜻이다. MS는 "직원의 근무 시간, 회의 수, 다른 업무 활동이 늘었는데도 경영진들은 직원이 일을 하지 않아 생산성 손실이 발생한다고 두려워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재택근무 생산성에 대한 경영진과 직원들의 생각 차는 MS의 설문조사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블룸 교수 등이 이끄는 연구단체 WFH리서치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관리자는 재택근무에 따라 생산성이 3.5% 감소한다고 생각한 반면 직원들은 생산성이 7.4% 올라간다고 평가했다. 생산성에 대한 이러한 의견차는 사무실 출근을 둘러싸고 최근 고용주와 직원 간에 치열하게 논쟁이 벌어지는 핵심 이유다.

◆ '생산성 편집증' 신조어도 등장

코로나19 기간에는 다양한 신조어가 발생했다. 그 중 하나가 '생산성 편집증(productivity paranoia)'이다. 재택근무의 생산성을 둘러싸고 의견 충돌이 생기면서 경영진과 직원이 서로 믿지 못하고 계속 확인하려는 모습을 말한다. ‘눈에서 멀어지니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경영진의 불신에 대응해 직원이 자신의 현재 업무 상황을 자주 보고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생산성 극장(productivity theater)', '디지털 프레젠티즘(digital presentism)'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모두 재택근무로 경영진의 시야에서 벗어난 직원들이 근무 시간 중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코로나19 기간 중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도입한 기업의 각종 정책이 논란을 빚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6월 '메타버스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업무 시간에 음성 채널에 접속해 연결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 논란을 빚었다. 마치 사무실에서 이름을 부르면 바로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실시간 연결을 강조하겠다는 조치였다. 직원들은 ‘서로를 감시하는 판옵티콘 근무제도’, '전 직원이 5분 대기조가 아니다'라면서 지나친 간섭이라고 반발했다. 결국 카카오는 발표 하루 만에 방향성을 재검토하겠다고 물러섰다.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의 저명한 심리학자 아일릿 피시바흐 교수는 지난해 10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현상을 두고 "시간은 측정이 간단해 가장 일반적인 생산성 척도로 사용된다"면서 "아이디어의 품질보다 직원이 사무실에 있는 시간을 추적하는 것이 더 쉽다"고 분석했다. 그는 "직원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대면 작업에 비해 원격으로 작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관리자가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물리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그 일이 더 빨리 마무리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고 말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업의 생산성 편집증을 지적했다. 미국 포춘지에 따르면 그는 같은 해 10월 한 행사에서 자신은 ‘일부는 사무실 출근이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라면서 다만 "리더와 관리자로서 회사와 팀의 목표가 무엇인지, 사람들이 어떻게 협업하고 의사소통해야하는지 기준을 명확히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2팀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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