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기부금품법 적용 제외 '단체 소속원' 정관으로 판단해야'

회비·후원금 비용으로 쓴 무료급식 단체 유죄 판결 파기환송
"단체 소속원이 낸 회비·정기후원금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 아냐"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상 처벌대상에서 제외되는 단체의 '소속원'인지 여부는 정관 등 단체의 내부 규정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단법인 등 단체의 정관에 규정된 회원 관련 규정 등에 비춰 단체의 '소속원'으로 볼 수 있는 회원이 정기적으로 낸 회비나 후원금은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일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사단법인과 A 법인 사무총장 B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A 법인과 B씨의 기부금품법 제16조 1항 5호와 6호를 위반한 혐의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단체가 회원으로부터 수령한 회비 등 명목의 금원이 기부금품법 제2조 1호 가목 등에서 정한 금품에 해당돼 기부금품법의 처벌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인지는, 단체의 내부 규정을 근거로 해 단체의 설립 목적과 운영 상황, 회원 가입 자격 및 절차, 회원의 권리·의무, 회비 납부와 관리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심의 판단에는 기부금품법 제2조 1호 가목 등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사진출처=아시아경제DB

대구 서구에 있는 A 법인은 소외 계층을 위한 자원봉사 활성화 사업, 독거노인 및 빈곤층을 위한 무료급식 사업 등을 목적으로 2013년 4월 3일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같은 해 7월 22일 기부금품모집등록을 마쳤다.

B씨는 2013년 4월 3일부터 2016년 10월 16일까지 A 법인의 대표이사로, 2016년 10월 17일부터는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기부금품법 제13조에 따른 모집비용 충당비율을 초과해 비용에 충당하고(기부금품법 제16조 1항 6호 위반죄), 기부금품을 경조사비 등 모집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한 혐의(기부금품법 제16조 1항 5호 위반죄) 등으로 기소됐다.

기부금품법 제13조(모집비용 충당비율)는 '모집자는 모집된 기부금품의 규모에 따라 100분의 15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기부금품의 일부를 기부금품의 모집, 관리, 운영, 사용, 결과보고 등에 필요한 비용에 충당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법률의 위임에 따라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8조(모집비용 충당비율 적용)는 모집금액 규모에 따른 비용 충당 비율을 ▲모집금액이 10억원 이하인 경우 모집금액의 15% 이하 ▲10억원 초과 100억원 이하인 경우 13% 이하 ▲100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인 경우 12% 이하 ▲200억원을 초과할 경우 1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이 같은 제한에 따라 A 법인은 모집금액의 13% 이하의 범위에서 비용에 사용해야 되는데 이를 초과해 사용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기부금품법 제13조를 위반할 경우 같은 법 제16조 1항 6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또 기부금품법 제12조(기부금품의 사용) 1항은 '모집된 기부금품은 제13조에 따라 모집비용에 충당하는 경우 외에는 모집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같은 법 제16조 1항 5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B씨는 2013년 8월 1일부터 2014년 7월 31일까지 A 법인에서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모집한 기부금품 24억3300여만원 중 47%인 11억5200여만원을 직원 인건비, 홍보비 등 모집비용에 사용한 것을 비롯해 2018년 7월 31일까지 기부금품법상 제한 범위를 초과해 A 법인의 인건비나 홍보비 등 비용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또 B씨는 2013.년 7월 23일 독거노인 및 취약계층 무료급식 등 생활지원개선사업, 자원봉사학생 장학지원사업 등을 목적으로 모집한 기부금품 중 10만원을 자신의 지인 C씨의 부친상 조의금으로 사용한 것을 비롯해 2018년 5월 31일까지 총 644회에 걸쳐 합계 1억8100여만원을 기부금품의 모집목적 외로 사용한 혐의도 받았다.

이밖에도 B씨는 2016년 8월 1일부터 2017년 7월 30일까지 A 법인의 수입 내역을 기재하는 현금출납부에 기부금품 127억7600여만원을 모집하고도 '회비'로 허위 기재한 혐의도 받았다.

기부금품법 제7조(기부금품의 접수장소 등) 2항은 기부금품 모집자나 모집종사자가 기부금품의 접수사실을 장부에 적고, 기부자에게 영수증을 내주도록 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16조 2항 2호는 장부에 기부금품 접수사실을 허위로 기재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A 법인은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됐다.

앞서 1심은 B씨의 기부금품법 위반 행위를 유죄로 인정해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A 법인에 벌금 1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에서 B씨는 A 법인이 모금한 돈은 A 법인 소속원들이 공동이익을 위해 모은 금품이거나 제3자에게 기부할 목적으로 A 법인 소속원들로부터 모은 금품이기 때문에 기부금품법상 기부금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부금품법 제2조(정의)는 1호에서 기부금품을 '환영금품, 축하금품, 찬조금품 등 명칭이 어떠하든 반대급부 없이 취득하는 금전이나 물품'이라고 정의하면서, 단서에서 ▲법인, 정당, 사회단체, 종친회, 친목단체 등이 정관, 규약 또는 회칙 등에 따라 소속원으로부터 가입금, 일시금, 회비 또는 그 구성원의 공동이익을 위하여 모은 금품(가목) ▲사찰, 교회, 향교, 그 밖의 종교단체가 그 고유활동에 필요한 경비에 충당하기 위하여 신도로부터 모은 금품(나목) ▲국가, 지방자치단체, 법인, 정당, 사회단체 또는 친목단체 등이 소속원이나 제3자에게 기부할 목적으로 그 소속원으로부터 모은 금품(다목)을 제외시켰다.

B씨는 검사가 문제 삼은 돈들은 A 법인 소속 회원들이 낸 가입금 혹은 제3자에게 기부하려고 모은 돈이기 때문에 기부금품법 제2조 1호 가목 내지 다목에 해당,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먼저 재판부는 "기부금품법 제2조 1호 단서 가목은 단체 구성원들의 공동이익을 위해 구성원으로부터 모은 금품을 기부금품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이므로, 이 사건과 같이 피고인들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구성원들의 이익이 아닌 무료급식 사업 등을 위해 소위 '회원'으로부터 받은 돈은 위 조항에 해당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기부금품법 제2조 1호 단서 다목은 법인 등이 소속원이나 제3자에게 기부할 목적으로 그 소속원으로부터 모은 금품을 기부금품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피고인들이 말하는 소위 '회원'은 기부금품법 제2조 1호 단서 다목에서 규정하는 '소속원'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소위 '회원'들은 약 20만명에 이르는데 A 법인에 정기적으로 돈을 납부하는 것 외에 A 법인 단체를 위해 특별히 어떠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 '회원'들을 A 법인의 '소속원'으로 봐 기부금품 적용을 배제할 경우 무분별한 금품 모집이나 불적절한 모금액 사용의 가능성이 크다는 점 ▲A 법인 정관에는 회원의 종류를 정회원(법인의 취지에 찬동해 정회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이행하는 자), 후원회원(월 5000원 이상의 회비를 납부한 자), 일반회원(재능, 노력봉사자)로 구분하고, 각각 가입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정기후원 신청서나 정기회원 신청서에 정관에 기재한 것과 같이 소속 회원으로서 어떠한 권리를 갖는다는 내용이 전혀 없는 점 ▲A 법인 소속 홍보원들DL 회원을 모집할 때 정관에 규정된 회원으로서의 권리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았고, 정관을 보여주지도 않은 점 ▲정관 어디에도 '회원'이 임원이 되거나 임원 선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정관에 '회원'에 대한 기재가 있고, 회원신청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그 신청인들을 A 법인의 소속원으로 보게 된다면, 법인이 그 구성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외부의 불특정 다수인들로부터 기부금품을 모집하면서도 '회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기부금품법이 정한 각종 규제를 회피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2심은 B씨의 장부 허위 기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지만, 나머지 혐의(기부금품 초과 비용충당 및 목적 외 사용)들은 1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1951년 제정된 기부금품모집금지법과 1995년 기부금품모집규제법, 1998년 위헌 결정 후 현재의 기부금품법에 이르기까지 기부금품 관련 법률의 변천을 짚었다.

재판부는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이 2006년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면서 기부금품의 모집을 등록제로 전환하고 그에 맞게 규정을 정비함으로써 현행 기부금품법과 같은 목적과 체계를 갖추게 됐다"며 "즉, 기부금품법은 당초 '기부금품 모집에 대한 엄격한 금지'를 입법목적으로 하여 제정됐다가, 그 후 법률의 실효성 확보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목적으로 몇 차례 개정을 거쳐 '성숙한 기부문화의 조성과 기부금품의 건전한 모집 및 적정한 사용'을 입법목적으로 하는 규범 체계로 변경됐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원용해 "기부금품법이 기부금품의 모집과 사용을 엄격하게 규율하고 위반행위를 처벌하면서도 예외적으로 기부금품법 제2조 1호 단서 가목 등에서 단체 등의 일정한 모금활동을 그 처벌대상에서 제외하는 이유는, 단체의 자율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단체의 구조적 특성, 모금 목적이나 모금 대상 등에 비춰 금품의 모집이 무분별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거나 또는 적정한 사용이 담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라고 전제했다.

이어 재판부는 "단체가 회원으로부터 수령한 회비 등 명목의 금원이 기부금품법 제2조 1호 가목 등에서 정한 금품에 해당돼 기부금품법의 처벌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인지는, 단체의 내부 규정을 근거로 해 단체의 설립 목적과 운영 상황, 회원 가입 자격 및 절차, 회원의 권리·의무, 회비 납부와 관리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법인의 설립 목적, 회원들이 납부한 회비 또는 후원금의 관리 및 사용현황 등을 종합해 보면, 위 회비 등의 납부가 무분별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고, 적정한 사용 또한 담보될 수 있는 경우라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라며 "그렇다면 피고인 법인이 소속 회원들로부터 납부받은 금원은 기부금품법의 규율대상인 '기부금품'에서 제외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A 법인에 정기적인 금품을 납부한 사람들은 회원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그 목적에 따른 '회비'나 '후원금'을 납부했다는 점 ▲A 법인은 이들을 정회원이나 후원회원으로 칭했고, 정관에 회원의 의무와 권리가 규정돼 있는 점 ▲기부금품법에 따른 모집등록을 마친 A 법인이 기부금품 모집등록과 모집과정에서 기부금품법을 위반한 사정이 드러나지 않은 점 ▲기부금품의 모집과 사용에 관한 장부의 작성, 모집상황과 사용명세 결과 공개, 등록청에 대한 보고서 제출과 공인회계사 작성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 등을 준수해 온 것으로 보이고 이를 위반한 사정이 드러나지 않은 점 ▲A 법인이 금품을 모집한 목적 이외의 용도로 지출한 금액은 같은 기간의 모집금액의 0.337% 정도에 해당하고, 이자 등으로 인한 수입 금액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인 점 ▲법인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법령에 규정된 각종 보고·공시의무, 외부 회계감사 의무, 주무관청의 점검과 국세청에의 통보 등 다양하고 엄격한 규제를 받는 A 법인이 관련 법령 위반행위가 드러난 것이 없는 점 등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원심은 정기회원신청서 또는 정기후원신청서를 작성한 회원들이 A 법인에 납부한 회비, 후원회비에 대해 A 법인에 정기적으로 돈을 납부한 정회원, 후원회원 및 일반회원 대부분이 단지 후원자의 지위에 있을 뿐 피고인 법인의 소속원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라며 "원심의 판단에는 기부금품법 제2조 1호 가목 등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어떤 단체 내부 구성원이 단체에 뭔가를 내는 것은 기부금품법 제한 대상이 아니고, 단체 외부의 후원자가 단체에 기부할 때는 기부금품법 제한 대상이 돼서 요건이나 절차, 금액 한도를 위반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라며 "원심이 A 법인의 회원들이 사실상 단체 구성원이 아니라고 본 것과 달리 대법원은 내부 구성원에 해당된다고 판단하며 그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 구성원인지 외부 후원자인지를 판단할 때는 단체의 설립 목적과 운영 상황, 회원 가입 자격 및 절차, 회원의 권리·의무, 회비 납부와 관리 등을 토대로 판단해야 하는데 핵심은 어떤 단체가 갖고 있는 내부 본질에 관한 정관 규정을 기본 중심으로 봐야 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힌 첫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번 상고심은 법무법인 태평양과 재단법인 동천이 공익사건으로 선정해 변호를 맡았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2009년 설립한 공익재단법인 동천은 "기부금품법이 현재 형태로 개정된 이래 행정안전부 등 등록청은 정기후원회원 등 정관에 따라 가입한 회원들로부터 받는 기부금은 '소속원'으로부터의 모금에 해당하므로 모집등록 대상이 아니고, 모집비용은 모집활동에 수반하는 모금종사자 인건비 등에 한정된다고 일관되게 해석해 왔다"라며 "이에 따라 국내 대부분의 비영리, 공익법인은 정기회비에 대해서는 모집등록을 하지 않았고, 관련 세법이 정하는 규율에 따라 비용을 지출해왔다"고 밝혔다.

동천은 "기존의 행정해석을 전면적으로 뒤집은 원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사실상 국내 대부분의 비영리, 공익법인은 기부 관련 법령과 주무관청, 국세청, 기부금품 모집 등록청의 행정지도를 준수해왔더라도 법을 위반한 것이 되고, 직원들에게는 인건비조차 제대로 지급할 수 없어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고 이번 사건을 공익사건으로 선정한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로 전국의 공익단체들이 중대한 운영상의 위기를 면하게 됐고, 향후 공익활동의 활성화, 합리적인 관리감독 체계 마련을 위한 법제 개선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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