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강세에 한미 금리차는 1.25%p'…금리인상 압박 커진 한은

미 금리인상에 격차 1.25%P로
예상대로라지만 高물가 부담
중국 경기회복 불확실성 계속
보복소비땐 석유 등 원자재 자극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문제원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가 1.25%포인트로 벌어지면서 이달 통화정책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단 미 Fed가 통상적인 금리 인상 폭으로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한국의 통화정책에도 운신의 폭이 생긴 점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긴축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한미간 금리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대로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데다 올해 한국경제를 좌우할 주요 변수인 중국의 경기회복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해 이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은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한미 금리격차 1.25%P로 벌어져= 예상대로 미 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상단을 4.75%로 인상하면서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가 최대 1.2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됐다. 역대 한미간 금리격차가 최대 1.50%포인트라는 점을 고려할 때 만약 오는 23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의 기준금리가 3.50%로 동결된다면 2000년 10월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을 유지하게 된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대로 향후 Fed가 두어 번의 금리인상을 이어가 올해 금리 전망치인 5.00~5.25%까지 끌어올린다면 현재 한은이 최종금리 수준을 3.50~3.75%로 제시한 상황에서 최대 한미 금리차는 1.75%포인트까지 벌어지는 상황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최근 외환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지만 한미간 금리차가 재차 확대된다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그러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는다.

특히 주춤하던 물가가 다시 뛸 조짐을 보이면서 통화정책 결정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2%로 높아진 데 대해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면서 "2월에도 5% 내외의 상승률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기료 인상, 한파에 따른 농축수산물가격 상승 등으로 전월보다 다소 높아졌으며, 근원물가 상승률은 공업제품 가격 상승폭이 확대됐음에도 외식물가 오름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전월 수준인 4.1%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는 이번달에도 5% 내외의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물가 경로상에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 추이, 국내외 경기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물가만 보면 한은이 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있지만 이보다 경기나 국내 부동산 하락 등의 우려가 커지면서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면서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췄고, 미국 최종금리가 5% 내외에서 결정된다는 가정하에 한미간 금리차는 1.5%포인트인데, 최근 환율이 빠른 속도로 안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유출을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닐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최근 무역수지 적자에도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수가 지속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1월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는 등 경상수지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인데 외국인 주식투자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이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위험신호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향후 큰 손인 외국인들이 어느 시점 국내 주식시장에서 갑작스레 빠져나간다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리오프닝 통화정책 주요 변수로= 중국의 경제회복 속도도 한국 통화정책 주요 변수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4%에서 5.2%로 크게 상향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일 열린 한은-대한상의 세미나에서 "지난해 4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 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0% 성장했다"며 "올해 성장률도 5%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총재는 "중국 경제의 기술적 반등으로 우리 경제가 얼마나 많은 회복 효과를 받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리오프닝이 글로벌 경기를 진작하는 효과가 크겠지만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측면에서는 공급망 차질 완화라는 하방 요인과 원자재 수요 확대라는 상방 요인이 함께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보복 소비가 석유 등 원자재 수요 증가로 이어져 물가를 재차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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