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기자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오는 3월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 구도에도 큰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김기현-안철수-나경원 3파전 구도가 깨지고 양자 대결 구도로 재편되면서 1차 투표에서 과반 1위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나 전 의원은 '역할을 할 공간이 없다'며 연대설에 선을 그었지만, 여전히 연대를 통한 측면 지원 가능성은 남아 있다.
나 전 의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불출마가 "어떤 후보나 세력의 요구, 압박에 의해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그의 출마에 대한 대통령실과 당내의 압박, 지지율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나 전 의원은 이달 초순까지만 해도 당내 지지율 1위를 달렸으나 '윤심(尹心)' 논란 등이 얽히면서 김기현 의원에 역전당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김기현-안철수-나경원 3자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나 전 의원이 중도 포기하면서 김기현-안철수 양자 대결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각 당권주자들의 유불리를 따져봤을 때, 현재 가장 유리한 고지에 놓인 것은 안철수 의원이다.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22~23일 전국 만18세 이상 국민의힘 지지층 2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은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서 김 의원에게 다소 뒤져 2위를 차지했지만, 결선투표를 가정한 양자 대결구도에서는 오차범위 밖에서 김 의원을 앞섰다. 양자대결 구도에서 전당대회가 치러진다면 안 의원이 김 의원을 누르고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결선 투표까지 갈 것도 없이 1차 투표에서 '과반 1위'가 탄생하면서 승부가 가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김 의원과 안 의원 모두 '1차 투표 과반 1위'를 자신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 의원이 먼저 '1차 투표 과반 승리'를 목표로 내걸었고, 안 의원도 이에 대응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하고 결선 투표를 하지 않게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전당대회까지 1달 이상 남은 시점에서, 나 전 의원을 지지했던 표가 결국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가 승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이 여전히 연대 등으로 힘을 발휘할 여지가 남았다는 뜻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하거나 연대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전당대회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고 답했지만, 당권주자들은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안 의원과 '수도권 연대'로 뭉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 전 의원 또한 총선 승리를 견인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맡으셔야 하고, 계속해서 힘을 보태주셔야 한다"며 연대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고, 김 의원 역시 "지난 20여년 간 우리 당을 지키고 동고동락해 온 나 전 대표와 함께 손에 손잡고 멋진 화합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