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민기자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귀국한 가운데 여전히 이란 발언과 '나경원 전 의원 해임'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네차례 순방 모두 각종 논란이 벌어지면서 성과가 일부 가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윤석열의 UAE에 파견된 아크부대 방문 당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 우리의 주적은 북한" 발언에 대해 "해당 발언은 한국과 이란의 관계와는 무관하다. 이란 측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UAE 순방을 계기로 지난 15일(현지시간) 아크부대를 찾아 격려사에서 "여기가 바로 여러분들의 조국이다. 우리의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발언 이후 이란 정부는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윤 대통령 발언 사흘 뒤 이란 정부는 항의 차원으로 윤강현 주이란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이 자리에서 이란 측은 한국 70억 달러(약 8조6100억 원) 자금을 동결한 상황과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배까지 언급하며 비판 수위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도 19일 오전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를 불러들였다. 일단 우리 외교부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양국에서는 여전히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나 전 의원 해임건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순방 직전인 지난 13일 그간 대통령실·정부와 상의 없이 '헝가리식' 출산 장려 정책을 언급한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기후인권대사직에서 해임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이 페이스북에 "해임이 대통령 본의가 아니라 생각한다"라는 글을 남겼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례적으로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 공지를 보내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김 실장은 "국익을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경제외교 활동을 하고 계시는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당 초선의원들도 나 전 의원의 글에 집단반발했고, 여전히 당내 중진 인사들도 한마디씩 거들며 나 전 의원에 대한 성토를 이어가고 있다.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 귀국 후 당대표 출마 여부를 밝힌다는 계획이다. 나 전 의원이 출마를 강행할 경우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모두 당권경쟁 격랑속으로 휩쓸릴 공산이 크다. 나 전 의원을 돕는 박종희 전 의원은 전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와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의 당권 도전 의지에 대해 “여전히 전의에 불타고 있다”며 “설 연휴 기간을 조용히 지내고, 대통령이 귀국하신 뒤 연휴가 끝나고 ‘보수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출정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다녀온 네 차례 순방 전후로 발생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첫 순방인 지난해 6월 스페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1호기'에 민간인이 탑승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아내 신모씨가 동행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은 "기타수행원 자격으로 무보수로 동행했다"고 해명했지만 신씨에 대해 '수행원 자격이 있느냐'는 야권의 비판이 쏟아졌다.
고(故) 엘리자베스 여왕 별세·UN 총회 참석 등을 위해 지난 9월 떠났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서도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이 있었다. 당시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이 회의장을 나오다가 박진 외교부 장관에 "국회에서 이OO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냐…"라고 말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겼다. 당시 일부 언론들은 'OOO'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라고 보도했고, 대통령실은 '날리면'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비하한 것'이라며 대형 외교참사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동남아 순방 때는 9월 순방 당시 발언 관련 보도를 문제 삼아 MBC 1호기 탑승을 거부하면서 정치권과 언론 단체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당시 자막 논란을 겨냥해 "MBC는 자막 조작, 우방국과의 갈등 조장 시도, 대역임을 고지하지 않은 왜곡, 편파 방송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시정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라며 "이번 탑승 불허 조치는 이와 같은 왜곡, 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순방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순방에서도 논란이 일면서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해 UAE에서 300억달러(약 37조원) 투자 유치를 받아냈고, 스위스에서도 총 8억달러(약 1조원)의 투자유치 및 협력을 거둔 것이 무색하게 국정운영 지지율을 급반전시키지 못했다.
일례로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무선(95%)·유선(5%) 전화 면접 방식에 응답률은 8.6%,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으로 조사한 결과 1월3주차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6%, 부정 평가는 55%로 각각 집계됐다. 직전 조사인 1월 2주차 조사(10∼12일)보다 긍정 평가는 1%포인트 올랐고, 부정 평가는 2%포인트 내렸다.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의 이유로 각각 '외교'(17%, 15%)가 꼽혔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