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임박했다는 고팍스 인수, 투자자 불안 해소는 언제?

[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설 연휴에도 가상자산 관련 커뮤니티의 열기는 뜨거웠다. 세계 최대 코인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국내 거래소인 고팍스와 벌이고 있는 인수 협상이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소문이 퍼져서다. 특히 고팍스의 코인 운용 서비스인 고파이에 가상자산을 맡긴 투자자들은 반색했다. 글로벌 거래소 FTX의 파산 영향으로 코인을 되돌려받지 못했지만 "드디어 희망이 생겼다" "믿고 기다려보자" 등의 기대 섞인 반응이 나왔다. 다만 여전히 추측만 난무하다 보니 불안감은 여전하다.

고파이 출금 중단 사태는 지난해 11월 발생했다. 이후 고팍스가 6주 안에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지만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고팍스가 지난 14일 7번째 공지를 올렸지만 원론적인 내용에 그쳤다. 코팍스 측은 "현재 글로벌 최대 블록체인 인프라 업체 실사 이후, 법률 자문과 함께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모든 협의가 완료될 경우 고파이 자금은 출금 신청 날짜에 따라 순차적으로 지급할 예정이며, 원금과 더불어 지연된 일수의 이자를 모두 포함해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낸스는 이준행 고팍스 대표이사의 지분 40%가량을 사들이는 방안 등으로 고팍스 인수에 나설 전망이다. 단순 지분 투자라면 일이 쉽게 풀릴 수 있다. 거래소의 경우 주주 변동은 금융당국 신고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 참여 목적이라면 다르다. 고팍스와 전북은행은 고팍스가 원화마켓을 운영하기 위한 필수 조건인 실명계좌 제휴 계약을 했다. 만약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해 사업구조 재편 등 경영에 참여하면 제휴 계약 당시의 사업자와 '동일성'이 깨지게 된다. 최악의 경우 계약 해지로도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바이낸스는 본사 위치 등의 기본 정보도 불분명하다.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더라도 거래소 간 호가를 연결해 거래를 가능케 하는 매매장부(오더북) 공유는 어려울 전망이다. 아울러 바이낸스의 강점인 파생상품도 국내에선 선보일 수 없다.

여러 장애물이 산적한 상태에서 협의가 길어지자 고파이에 코인을 맡긴 투자자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코인을 언제 돌려받을 수 있을지, 맡긴 코인의 가격이 더 떨어지진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팍스는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계약 마무리 때까지 정보를 공개하기 어렵다는 설명만 반복하고 있다. 기다려달라는 말만 할 게 아니라 믿고 코인을 맡긴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고팍스의 행동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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