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주기자
[아시아경제 한예주 기자] '건설공사발주자' 개념을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인정해 수사받는 위험을 조기에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송지용 서울고검 형사부 부장검사는 13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내부 세미나에서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상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의 구분 의의 및 기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에 대한 정의 규정을 두고 그에 따라 각각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송지용 부장검사는 산업안전보건법의 특별법으로 볼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에 대한 구분을 두지 않아 실무상 많은 혼란을 초래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수사에 많은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건설공사발주자라 하더라도 해당 공사 등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를 행사하지 않았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검찰청도 단순히 건설공사발주자라는 이유만으로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의 적용 및 면제 여부를 일괄 판단하기 어려우며, 사업장에 대한 실질적 지배·관리 권한 행사 여부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송지용 부장검사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구분 기준에 대한 학계의 논의가 아직 부족하고, 하급심 판결과 고용노동부의 구분 기준에도 문제가 많아 새로운 기준 정립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꼬집는다.
울산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의 정의 규정과 관련해 건설공사 시공을 총괄·관리하는 '지위'에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송 부장검사는 "실제 시공의 총괄·관리여부가 아닌 단순한 지위 여부만 판단할 경우, 지위에 있는 것만으로 곧바로 도급인으로 안돼 책임이 강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지위뿐 아니라 발주자가 실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했는지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를 구분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의 해석 기준에 대해서도 송 부장검사는 "일반인의 기준에서 구체성이 떨어지고 해석하기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시된 기준 상호 간에 유기적 관련성도 엿보이지 않아 정확한 계도가 어렵고, 사업주의 책임을 무한 확장하는 견지에 서 있어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명확성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를 구분하는 데 있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했다. 사업의 주목적을 수행함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공사인 경우와 예산, 인력, 기술적 측면 등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예산절감·위험회피 등을 이유로 하도급하는 경우에는 발주 개념에서 제외하고 (발주자 등이) 건설공사의 설계, 예산 배정, 시공 방법 결정, 시공 과정 관리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 작업상 유해·위험 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 권한이 있고 (관계)수급인이 임의로 유해·위험 요소를 제거할 수 없는 경우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도급인으로 판단하고,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건설공사발주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송 부장검사는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에 대한 구분을 통해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자는 입법 목적에 충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사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유해·위험 요소를 지배·관리하는 사람이 유해·위험 요소를 배제하고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실효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