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성토대회'가 된 노벨평화상 시상식

올해 노벨평화상 우크라 CCL, 러 메모리알, 벨라루스 활동가 공동 수상
수상자들 한 목소리로 "우크라전은 미친 범죄" 맹비난

벨라루스 인권 활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의 아내 나탈리아 핀추크(왼쪽부터), 러시아 시민단체 메모리알의 얀 라친스키 이사회 의장,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CCL)의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대표가 1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벨평화상 수상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10일 (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올해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푸틴 성토의 장이 됐다.

AFP,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시상식에는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CCL)의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대표, 러시아 시민단체 메모리알의 얀 라친스키 이사회 의장, 벨라루스 인권 활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의 아내 나탈리아 핀추크 등이 참석했다. 올해 노벨평화상은 시민자유센터, 메모리알과 비알리아츠키가 공동 수상했다.

이번 노벨평화상은 모두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관련이 있는 나라에서 받게 됐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본부를 둔 CCL은 2007년 설립돼 인권 운동을 펼치고 있다. 1989년 만들어진 메모리알은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인권단체로 옛 소련과 개방 후 러시아의 정치적 탄압을 연구·기록하는 한편 러시아와 다른 옛 소련권 국가들의 인권상황을 감시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외국과 결탁해 국가안보를 해친다는 이유로 메모리알 본부와 산하기관들을 해산했다.

비알리아츠키는 오랫동안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알려진 알레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 맞서왔다. 그는 탈세 혐의로 지난해 7월부터 수감 중인데, 비알리아츠키 측은 이에 대해 조작된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벨라루스는 대표적인 친러시아 국가 중 하나로,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 발판 역할을 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다.

벨라루스 당국은 비알리아츠키의 시상식 참석은커녕 수상자 연설문을 전달하는 것조차 막아 결국 그의 아내가 대리 수상할 수밖에 없었다. 노벨상 121년 역사상 옥중에서 상을 받은 것은 비알리아츠키가 4번째다.

이렇듯 공동 수상자들 모두 러시아와 푸틴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 보니 영예로운 노벨상 수상 소감을 밝히는 자리가 러시아와 푸틴을 맹비난하는 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먼저 시상대에 오른 마트비추크 CCL 대표는 이제라도 정의가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국제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러시아와 협상 대신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마트비추크 대표는 "평화를 위한 투쟁은 침략자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잔인함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평화는 공격받는 국가가 무기를 내려놓는 것으로 이룰 수 없다. 그것은 평화가 아니라 점령"이라고 지적했다.

라친스키 메모리알 의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을 '미친 범죄', '광기'라고 말하며, 비난의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다른 옛 소련권 국가들의 역사, 국가, 독립을 폄훼해가며 미친 침략 범죄를 이념적으로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이런 광기의 첫 번째 희생자 중 하나는 러시아 자체의 역사적 기억"이라며 "지금 러시아 대중 매체는 이웃 국가에 대한 부당한 무력 침공, 영토 합병, 점령 지역 민간인에 대한 테러, 파시즘에 맞서 싸울 필요성으로 정당화되는 전쟁 범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인인 라친스키 의장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엄청난 부담'으로 묘사했지만 '국가적 죄'라는 개념은 완강히 거부했다.

남편을 대신해 수상 소감을 전한 핀추크도 "러시아와 푸틴이 어떤 우크라이나를 원하는지 안다. 그것은 의존적인 독재 체제"라며 "이는 억압받는 국민의 목소리가 외면되고 무시당하는 오늘날의 벨라루스와 똑같다"며 푸틴 비난에 합세했다. 이어 그는 "내 조국 벨라루스 전체는 감옥에 갇혀 있다"며 "이 상은 인권을 옹호하는 모든 친구, 시민 활동가, 고문과 구타, 체포를 당한 수만 명 벨라루스인의 것"이라는 말을 보탰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금메달과 상금 1000만 크로나(약 12억7000만원)가 지급된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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