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화기자
[아시아경제 김평화 기자] 반도체 업황 부진이 본격화하면서 3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시장 규모가 24.3% 줄어든 데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사업자의 매출 및 점유율 하락도 이어졌다. 시장에선 낸드 시장의 한파가 D램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24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세계 낸드 시장의 3분기 매출 규모는 137억136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24.3% 줄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시장에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업황 부진이 본격화한 결과다.
3분기 낸드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분기보다 18.3% 줄고 낸드 비트 출하량 역시 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렌드포스는 가전과 서버 등 전방 수요가 기대치를 밑돌면서 낸드 공급 시장의 과잉 재고 이슈가 공급 업체 전반으로 확산, 시장의 역성장을 야기했다고 짚었다.
시장 주요 사업자의 매출 감소와 점유율 하락도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3분기 낸드 시장에서 전분기보다 28.1% 줄어든 43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31.4% 점유율로 시장 1위 사업자를 유지했지만 전분기보단 점유율이 1.6%포인트 줄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서버 수요 둔화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출하량이 감소했다고 짚었다.
SK하이닉스는 전분기 2위 사업자였지만 이번 분기엔 3위로 한 단계 하락했다. 자회사 솔리다임을 포함한 SK하이닉스의 3분기 점유율은 18.5%로 1.4%포인트 줄었다. 매출 역시 25억3930만달러를 기록해 전분기보다 29.8% 감소했다. 트렌드포스는 PC와 스마트폰 등 전방 수요가 악화한 데다 서버 시장까지 위축되면서 이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2위 자리를 꿰찬 건 전분기 3위였던 일본 키옥시아다. 키옥시아는 3분기에 28억299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0.1% 하락에 그쳤다. 시장 점유율은 15.6%에서 20.6%로 5%포인트 올랐다. 올해 초 발생한 공장 오염 사고에서 점진적인 회복을 보인 데다 스마트폰 업계 고객사의 비축 활동으로 비트 출하량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에도 세계 낸드 시장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상당수의 재고가 쌓이고 낸드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총 매출이 전분기보다 20% 가까이 감소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더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공급 업체가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라 생산 계획을 세우는 데 더 신중할 것으로 본다"며 "공급과 수요 균형을 회복하고자 웨이퍼 입력을 줄이고 기술 이전 속도를 늦추는 등의 조치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와 증권가에선 낸드 시장의 부진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메모리 특성상 경기 영향에 취약한 데다 경쟁이 심화하다 보니 D램보다도 상황이 안 좋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D램과 달리 낸드는 내년 시황 극복을 낮게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