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슬기자
배우 이종원. 사진=에코글로벌그룹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새 얼굴 가뭄에 시달려온 대중문화계에 배우 이종원(28)이 단비처럼 내렸다. 2018년 '팩투더퓨처'로 데뷔한 그는 '엑스엑스'(2020)에서 배인혁·하늬 등과 호흡을 맞추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드라마 '나를 사랑한 스파이'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영화 '니나 내나' '인유어드림' 등에 조연으로 출연하다 '금수저'로 첫 주연을 맡았다. 데뷔 4년 만에 지상파 드라마 주연을 당당히 꿰찬 것이다. 그는 자신을 별똥별처럼 뚝 떨어진 사람이라고 했다.
1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에코글로벌그룹 사옥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난 이종원은 "드라마 종영이 실감 나지 않는다. 오늘도, 내일도 방송이 계속될 것 같은 기분"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마치 두 작품을 찍는 기분이 들었다. 배역을 오가느라 부모님이 네 분이 됐다"며 웃었다.
지난 9월 23일 시작해 이달 12일 16부작으로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금수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가 우연히 얻게 된 금수저를 통해 부잣집에서 태어난 친구와 운명이 바뀐 뒤 후천적 금수저가 된 이야기를 그린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이종원·육성재·정채연 등이 출연했다.
이종원은 부와 명예를 뒤로하고 흙수저의 삶을 선택하며 진정한 금수저의 의미를 되새기는 황태용으로 분해 호평을 얻었다. 그는 "마지막회 '제가 바로 금수저입니다'라는 대사는 극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처럼 다가왔다. 돈과 명예가 가져다주는 게 행복이 아니라 좋아하는 걸 쫓아가면 누구나 금수저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런 태용에 크게 공감했다고. "돈보다 좋아하는 게 뭔지, 어떡해야 행복한지 늘 고민해왔다. 순수한 사랑을 발견하고 이어간다면 누구나 금수저가 될 수 있다."
흙수저 이승천과 금수저 황태용을 오갔지만, 고유의 고급스러운 분위기 덕에 재벌가 태용이 잘 어울린다는 반응을 얻었다. 실제 이종원은 승천이처럼 반지하에 살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지만, 가족끼리 뭉쳐 사랑으로 살아왔다고 털어놨다. "아버지가 직업군인이셔서 이사를 많이 다녔다. 어느 날 사기를 당하셨고, 일을 못 하게 되셨다. 그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때까지 가세가 기울었다. 학교에서 급식과 우유를 무료로 지원받을 만큼 녹록하지 않았다. 물질적으로 힘들었지만, 가족끼리는 항상 믿어주면서 서로 큰 힘이 됐다. 어머니께서는 내 선택을 늘 응원해주셨다. 강한 책임감도 주지시켜 주셨다. 야간자율학습 대신 아르바이트로 번 20만원 중 5만원을 주택청약대금을 납부할 정도로 자립심 감하게 컸다."
드라마 '금수저'의 한 장면. 사진=MBC 제공
이종원은 일명 '강제 데뷔'로 배우의 길을 걸었다. 감각 있고 매력 넘치는 그의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모델로 캐스팅됐고, 이를 계기로 가수 이승환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연기할 기회를 얻었다. 당시 관계자의 소개로 현 소속사인 에코글로벌그룹과 계약을 맺었다. 부지런히 살면서 군 복무도 일찌감치 마쳤다. 그는 "운이 좋았다. 우연히 출연한 뮤직비디오를 통해 연기의 재미를 알았다.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꼈고, 연기를 통해 또 다른 모습이 궁금해졌다. 뮤비에서 바보 연기를 하다가 금수저가 됐다(웃음). 실감이 안 난다"고 했다.
"선배들이 말하길 '배우는 평생 배우는 직업'이라는데 맞아요. 저를 되돌아보게 되고 새로운 자신을 꾸준히 발견해가는 기분이에요. 지금까지 해온 캐릭터는 모두 내 안에 있잖아요. 수많은 동그라미 속에서 발견하는 거죠. 앞으로 발견하게 될 내 모습이 기대돼요."
이종원은 지난 1년 동안 쉬지 않고 부지런히 달렸다. '금수저'와 더불어 공개를 앞둔 '나쁜 기억 지우개' 촬영을 마친 그는 잠시 쉼표를 찍고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헬싱키·스웨덴 등을 여행하며 오로라도 봤다. 그는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문화를 알아가는 게 즐겁다. 이번 여행은 2주 넘게 다녀왔는데, 성장해서 돌아왔다. 오로라도 헌팅하러 다니다가 실제로 봤는데 정말 멋졌다"고 말했다.
"휴식을 마치고 또 달려야죠. 스릴러·사극 등 판타지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악역에 대한 호기심은 늘 있어요. 평평한 역할이 아닌 교활하면서 똑똑하고 친절한 악역이라면 매력적이겠죠. 내 안에 악(惡)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어떻게든 발견해서 꺼내 보이겠지만, 과정을 즐기려고요. 때론 무거운 감정이 휘몰아치지만, 부담만 느낀다고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더 열심히 주어진 연기를 할 생각입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