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FTX 인수 철회'에 가상화폐 시장 대혼란…FTX 파산하나(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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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유동성 위기에 처한 경쟁업체 FTX를 인수하겠다는 발표를 하루 만에 철회했다. 긴급히 인수 추진을 결정해 뒤늦게 확인한 FTX의 재정 상태가 예상보다 나빴고, 규제 당국이 FTX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잃은 가상화폐 시장은 크게 흔들리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1만5000달러 대로 폭락했다. 최악의 위기에 놓인 샘 뱅크먼-프리드 FTX 최고경영자(CEO)가 80억달러(약 10조9000억원) 수준의 자금 부족을 겪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시장에서는 FTX의 파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재정 블랙홀·美 당국 규제 우려한 바이낸스…"능력 넘어서"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FTX 인수 절차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처음에는 FTX 고객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해줄 수 있다고 희망을 가졌다"면서 "하지만 이 문제는 우리가 제어할 수 없거나 도울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바이낸스는 인수를 진행하지 않기로 한 이유로 기업 실사 내용과 이날 나온 미국 규제 당국의 FTX 조사 보도를 언급했다.

앞서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FTX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FTX의 관계 회사 재정 부실설로 갑작스러운 ‘뱅크런(고객이 코인을 한꺼번에 인출하는 상황)’ 사태를 맞은 FTX가 도움을 요청했고 바이낸스가 손을 잡았던 것이다. 양측은 인수를 위한 실사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인수 자체가 무산된 것이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바이낸스가 성명을 통해 발표하기 전 이날 블룸버그와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낸스가 FTX의 회사 구조와 장부를 검토해본 뒤 인수를 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보도했었다. 블룸버그는 바이낸스 경영진이 FTX의 장부를 빠르게 확인해본 결과 FTX의 부채와 자산의 격차가 60억달러 이상 차이가 났다면서 재정적 ‘블랙홀’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바이낸스는 700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반해 FTX의 직원 수는 400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에 놀랐다고 WSJ는 보도했다. 자금 세탁 등을 방지하기 위해 고객 심사가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상화폐 거래를 촉진해야 하는데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규제당국이 FTX의 고객 자금 처리와 관계사와의 거래 등을 놓고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 비트코인 ‘속수무책’ 폭락…"궁지 몰린 FTX 누가 살지 불분명"

이미 시장에서는 인수 발표 시점부터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전날 자오 CEO는 이 합의를 두고 "구속력이 없는 투자의향서"라면서 "매우 역동적인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언제든 거래에서 손을 뗄 재량권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바이낸스의 FTX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뒤이어 같은 날 자오 CEO는 내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번 합의가 바이낸스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승리’라고 볼 수 없으며, FTX의 붕괴가 가상화폐 산업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흔들고 규제 당국의 강화된 규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상세하게 계획한) ‘마스터플랜’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샘 뱅크먼-프리드 FTX CEO가 전화한 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그 이전에 FTX의 내부 상황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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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의 인수 철회로 가상화폐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한국시간 오전 9시 10분 기준 전일대비 15% 폭락한 1만5000달러대 후반에 거래되고 있다. 2020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온 것이다. 전날 2만달러대 붕괴 이후 속수무책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시총 2위 이더리움도 16% 이상 급락해 1100달러 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 FTX가 발행하는 코인 FTT는 전날 80% 폭락한 데 이어 이날도 60% 이상 추락했다. FTT의 경우 바이낸스가 FTX의 인수 철회를 발표한 이후 24시간 내 낙폭이 30%대에서 대폭 확대됐다. FTX가 거래를 지원해온 솔라나는 40% 이상 빠졌다.

◆ 뱅크먼-프리스 "매우 유감"…'80억달러' 자금 부족 메우려 노력 중

바이낸스가 도움의 손길을 거두면서 FTX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WSJ 보도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 CEO는 바이낸스의 성명이 나온 이후 회사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방금 바이낸스 성명을 봤다. 그들은 우리가 아닌 언론에 먼저 이를 전달했다. 그리고 그 전에 우리에게 그러한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하거나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과 직원,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WSJ와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뱅크먼-프리드 CEO가 이날 투자자들에게 최근 수일간 접수된 인출 요청으로 최대 80억달러를 메우기 위해 긴급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투자자들과 연락을 취한 시점은 바이낸스가 FTX 인수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한 시점이었다고 WSJ는 덧붙였다.

샘 뱅크먼-프리드 FTX CEO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FTX는 현재 구제금융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뱅크먼-프리드 CEO는 최대 40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통한 자금 확보를 원한다고 투자자들에게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뱅크먼-프리드 CEO가 투자자들에게 자금 투입 없이는 회사가 파산 신청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칫 FTX 사태가 더 악화하면 지난 5월 코인 시장 붕괴를 초래한 테라·루나 사태의 재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권도형 대표의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테라USD와 루나는 거래 알고리즘에 문제가 생기면서 가격이 동반 폭락하는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 현상을 겪었다. 이 사태는 이후 싱가포르의 가상화폐 헤지펀드 스리애로즈캐피털과 미국의 코인 대부업체 보이저 디지털과 셀시어스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졌다.

CNBC방송은 "곤경에 처한 가상화폐 거래소를 매입할 다음 타자가 누구일지 불분명하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가상화폐 월렛 제조사 렛저의 파스칼 고티에 CEO는 CNBC에 "이 사건은 그 누구도 '대마불사'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FTX는 건드릴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 5월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FTX까지 위기를 겪자 가상화폐 업계는 도미노 붕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고 CNBC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미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는 전날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낸스의 인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FTX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그 누구에게도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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