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스' 백상아리 사냥하는 범고래 무리 첫 포착

지능과 사회성 높은 범고래, 사냥법 서로 공유하고 학습
범고래로 인해 백상아리 핵심 서식지이던 곳도 포기

범고래가 상어류를 잡아먹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실제 사냥하는 모습이 영상에 잡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지난 3월 경상북도 울진에서 발견된 범고래 어미와 새끼. 사진=해양수산부

[아시아경제 방제일 기자] 영화 '죠스'로 잘 알려진 백상아리를 사냥하는 범고래 무리의 모습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인근 해역에서 드론에 포착됐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해양 생태계 최고 포식자인 범고래 무리가 난폭하다고 알려진 백상아리를 사냥하는 장면이 잡혔다. 범고래가 상어류를 잡아먹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실제 사냥하는 모습이 영상에 잡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영상이 촬영된 장소는 남아프리카 남서부에 위치한 웨스턴케이프주의 항구 도시 모셀만 부근이다. 상어 과학자인 앨리슨 타우너는 지난 5월 16일 오후 남아프리카공화국 모셀만 상공에 드론을 띄워 다섯 마리로 이뤄진 범고래 무리를 촬영하고 있었다. 촬영 도중 범고래 무리가 백상아리를 발견하자 흩어졌고 본격적인 사냥이 시작됐다.

이 영상에는 다섯 마리의 범고래가 백상아리를 추격해 사냥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과학자들은 이 사냥에서 3마리의 백상아리가 더 사냥당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가디언은 백상아리 사냥에 나선 다섯 마리의 범고래 무리 중 한 마리는 과거 몇 차례 백상아리를 공격했지만, 나머지 네 마리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는 범고래가 서로에게 사냥방식을 공유하고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이먼 엘웬 해양 포유류 전문가는 "범고래는 매우 똑똑하고 사회적인 동물"이라며 "집단 사냥 방식은 범고래가 매우 효율적인 포식자가 될 수 있는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과학저널 생태학(Ecology)에 실린 관련 논문에선 범고래가 출현하자 이 해역에서 매일 여러 마리가 관찰되던 백상아리가 자취를 감췄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사냥이 벌어지기 직전 백상아리가 수심 2m가 안 되는 아주 얕은 물에서 여러 방향으로 혼비백산해 달아나는 모습이 관찰됐다”며,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한 암컷 백상아리 한 마리는 사냥이 벌어지기 직전인 5월 14일 모셀만에 출현했지만 25일에는 400㎞ 떨어진 해역으로 달아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사냥 이후 45일이 지날 때까지 이 해역에서 오직 1마리의 백상아리만 목격됐다. 공동 연구자인 앨리슨 코크 남아프리카 국립공원 상어 전문가는 "범고래에 대한 공포 때문에 결국 백상아리는 핵심 서식지이던 곳을 포기했고 이것은 생태계와 상어와 관련된 생태관광에 연쇄적인 타격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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