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선기자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이젠 길에서 타투(문신)를 한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팔이나 등에 용 문신을 하고 겁주던 시대와는 달라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를 피부에 새기는 '레터링'이나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그려 넣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멋들어진 타투를 할 수 있는 타투이스트를 찾는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타투 시장의 규모는 팽창하고 있다.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올해 타투 및 반영구화장 시장의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한다. 지난해(1조2000억원) 대비 8000억원이나 늘었다. 종사자는 약 12만명에 달하며 올해 진행된 타투 건수도 약 650만건이다.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건국대학교 주변서 타투업을 하고 있는 이한민(27·가명)씨는 커지는 타투 시장 규모와 함께 긍정적으로 변하는 사람들의 시선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위세용으로 하던 타투와 달리 요즘은 미용 목적이 대다수다"며 "이젠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타투하러 타투샵에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타투이스트들은 타투 시장이 가격경쟁을 해야 할 정도로 레드오션(포화시장)이라고 전했다. 과거엔 작업당 50만원 정도 받았지만 이젠 25만원에 불과하다.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타투이스트들은 5만원도 되지 않는 금액에 타투 시술을 해줬다. 홍익대학교 인근에서 타투업에 종사 중인 강하은(25·가명)씨는 "그림을 좋아해 이 직업을 택했는데 벌이가 시원치 않아 걱정이다"며 "월 10~15만원 정도 벌고 있으며 한 달에 1건밖에 못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레드오션에 가까워질 정도로 발전한 타투 시장은 불법이다. 대부분의 타투이스트는 불법 속에 은밀하게 타투를 시술하고 있다. 의료법 제27조1항에 따르면 의사면허를 가지지 않은 자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현재 타투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의료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의사가 아닌 한 타투 시술을 할 수 없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타투 시장은 음성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타투는 현금을 통해 결제한 후 시술되고 있다. 탈세로 이어지기 쉬운 상황인 셈이다. 사업자등록을 할 때 하위 그룹으로 '타투업'을 고를 수 있지만 타투이스트들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그들은 따로 간판을 걸지 않고 '미용업' '의류업' '학원업' 등 전혀 관련 없는 업종으로 사업자 신고하기도 한다. 타투이스트 김이현(29·가명)씨는 "타투이스트들의 절반 이상이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타투이스트들의 보호 문제도 생긴다. 타투를 받고 신고하겠다며 돈을 내지 않는 경우다. 일부 타투이스트들은 커뮤니티에서 성추행을 당했는데 불법 시술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날까봐 어쩔 수 없이 참는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타투이스트 이씨는 "타투 작업에 대해 동의하겠다는 작업동의서를 쓰도록 업계에서 정하고 있지만 결국 신고를 한다면 피곤한 싸움에 빠져들게 된다"며 "싸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돈을 주지 않거나 타투를 지울 수 있는 비용을 따로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