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등급제 도입에 한숨 놓은 OTT…업계 '이제 진짜 경쟁 시작'

국회, 본회의서 영비법 개정안 의결
자율등급제 내년 4월 도입 전망
정부 규제 완화 노력에 업계 기대감
'해외 동시 개봉' 등 일정 부담 줄어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티빙, 웨이브 등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 숙원이던 '자율등급제'가 내년 4월 도입을 확정하면서 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차별화된 마케팅이 중요한 업종인 만큼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규제 개선안이 마련되면서 업계에선 "진짜 경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국회는 지난 7일 본회의를 열고 온라인 비디오물에 대한 자체 등급분류 제도를 허용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OTT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콘텐츠 등급 분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국내 OTT 업체들은 내년 4월 이후부터 제한관람가 등급을 제외하고 자체 등급 분류를 통해 온라인 비디오물을 제공할 수 있다. 자체 등급분류 사업자는 현재 OTT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 중 심사를 거쳐 문체부 장관이 5년 이내 기간을 정해 지정한다.

OTT 업계에서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전 심의로 인해 늦어지던 영상물 공개 일정을 단축할 수 있게 돼 고무적 반응이다. 영등위는 현행법에 따라 15일 이내에 등급을 판정해왔다. 이 과정에서 '전 세계 동시 개봉'이나 'OTT 선판매' 등 중요 마케팅 일정이 맞물린 경우 촉박하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해외 드라마 시리즈의 경우 한 편이라도 등급 심사가 지연될 경우 전편 공개에도 차질을 빚는 일이 허다했다.

영등위 사전 심의를 피하기 위한 꼼수까지 동원됐다. 쿠팡플레이의 경우 'SNL 코리아'를 방영하면서 영등위 심사를 피하기 위해 DMB 방송사인 QBS를 통해 새벽 3시에 방송하는 방법으로 영등위 심의를 피했다. 방송사를 통해 방영된 프로그램을 비디오로 제작할 경우 같은 법 시행령 제23조에 따라 사전에 등급분류 심의를 받지 않고 사후 심의만 거치면 되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지상파나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동시 송출되는 드라마 등이 감독판으로 다시 제작되는 사례도 늘 것으로 관측된다. 일례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을 비롯해 인기가 높은 작품의 경우 KT 계열 ENA 채널과 넷플릭스에서 동시에 상영됐다. 업계 관계자는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 판정을 받은 작품일지라도 OTT에서는 편집된 장면을 살려 감독판 버전으로 선보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업계 자유도가 높아지고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신고제가 아닌 지정제 형태라는 점에서 신생 사업자에게 향후 불리한 조항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 영비법 따르면 자체 등급분류 사업자는 현재 OTT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 중 심사를 거쳐 문체부 장관이 5년 이내 기간을 정해 지정한다. 지정기간 만료 후 재지정받을 수 있으며 세부 사항은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한다.

대통령령 세부 내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영비법 개정은 큰 변화가 맞고 업계로서는 조속 시행되길 바랄 뿐"이라며 "다만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어떤 지침이 담기느냐에 따라 규제 완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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