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환기자
[아시아경제 이명환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의 대표주자인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며 수출이 주력인 이들에게 수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미국에서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의 악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현대차(1.78%)와 기아(0.25%)가 나란히 상승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0.25%, 코스닥 지수가 1.84% 내리는 등 국내 증시가 고환율 여파로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8.8원 오른 달러당 1371.4원에 거래를 끝냈다. 원·달러 환율이 1370원대를 돌파한 건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1일 이후 13년5개월 만이다.
달러화 강세의 수혜 기대감으로 수출이 주력인 현대차와 기아에 외국인 중심으로 투자세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이날 현대차와 기아를 각각 365억원과 8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693억원어치 팔아치운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사자세’다. 현대차는 이날 외국인의 순매수 최상위 종목이었다.
인플레 감축법이라는 악재도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인플레 감축법이 통과되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피해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해당 법안에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세제 혜택을 준다는 조건이 붙었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가는 단기적으로 인플레 감축법의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세제 혜택을 전부 받을 수 있는 완성차 업체가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의회 예산처도 2023년에 7500달러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전기차를 미국 연간 신차 시장의 0.1%에 불과한 약 1만1000대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국내 업체가 가격 경쟁력 훼손을 입더라도 단기 피해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고환율 효과를 이용해 인플레 감축법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원·달러 환율은 2021년 평균 대비 15% 절하돼 테슬라 차량과는 1만5000~2만달러 가격 차이가 나 보조금이 가격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면서 "완성차 보조금 격차인 3750달러는 원화 약세로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달러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수출이 많은 완성차 업종의 수혜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9월에도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본다"며 "당국의 개입과 대응 의지가 확대되고 있지만, 현재 환율 수준에서 마땅한 저항선이 없어 환율 상단 1400선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