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국내 연구진이 체내 다양한 장기에 보낼 수 있는 초소형 염기 교정 유전자가위를 개발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김용삼 유전자교정연구센터 박사팀이 교정 효율을 대폭 높인 초소형 유전자가위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유전 정보가 들어있는 유전체에서 특정 염기 서열을 인식한 후 해당 부위의 DNA를 제거 또는 삽입하거나 대체하는 기술이다.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크리스퍼(CRISPR) 기술이 가장 대표적이다.
크리스퍼 기반의 유전자가위는 크게 절단해야 할 부위를 알려주는 가이드 RNA와 실제 DNA를 절단하는 효소로 구성되며, 이를 전달체에 실어 필요한 곳까지 운반하여 유전자를 편집하게 된다. 전달체로는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Adeno Associated Virus)나 지질 나노입자(LNP, Lipid Nano Particle)를 사용한다. 아데노연관바이러스 전달체는 다양한 체내 장기에 유전물질을 전달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유전자가위의 크기가 큰 탓에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도구를 전달하는 데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지질 나노입자의 경우, 크기가 큰 유전자의 전달체로 이용할 수 있지만 도달할 수 있는 체내 장기가 간 정도로 매우 한정적인 단점이 있다. 유전자치료의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유전자가위 기술은 가파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교정 성공률과 안전성 등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단점들을 극복하고 효율과 정확성을 충족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염기 교정 유전자가위(Base Editor) 이다. 기존 절단 기반의 유전자가위는 유전질환 원인의 50%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점 돌연변이(point mutation)의 교정에 적용하기가 어려웠다. 점 돌연변이는 유전자 서열 중 한 개의 염기가 바뀌어 유전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해당 유전자를 제거하기보다는 다른 유전자로 바꾸어 주는 염기 교정이 치료에 보다 효과적이다.
연구팀은 아데노연관바이러스를 전달체로 이용하면서도 염기 교정이 가능하도록 유전자 교정 효율을 대폭 높인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했다. TnpB라는 단백질의 유전자 편집 도구로서의 적용 가능성을 발견하여 이를 DNA 절단효소로 활용하고, 기존에 개발한 가이드 RNA와 결합하여 아데노연관바이러스에 실을 수 있는 유전자가위를 개발하였다. 이를 통해 그동안 문제가 되어 왔던 제한적인 전달 크기의 문제를 극복하였으며, DNA 절단 없이도 유전자 교정이 가능하게 하였다. 두 개의 가이드 RNA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다중 타겟을 동시에 염기 교정할 수 있게 하였으며, 동일한 타깃인 경우 교정효율을 대폭 향상시켰다.
이 기술은 실제 동물모델에서 아데노연관바이러스를 통한 전달이 가능하고, 원하는 부위에서 교정이 가능함을 확인하여 기존의 유전자가위로 접근할 수 없었던 염기변이에 의한 유전질환 치료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 이번 DNA 절단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교정을 할 수 있는 염기 교정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고효율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김용삼 박사는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기술인 초소형 유전자가위 기술들을 개발했고, 특히 이번에 개발한 초소형 염기 교정 유전자가위는 유전질환의 원인 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단일 염기변이를 교정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유전자치료를 위한 다양한 유전자가위 기술 중의 하나로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바이오 분야의 세계적인 저널인 'Nature Chemical Biology(IF 16.174)'에 지난 2일자 온라인 게재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