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환기자
[아시아경제 이명환 기자] 7월 서학개미의 투자 키워드는 '인버스'와 '공포', '위험 회피'였다. 미국 증시가 큰 폭의 오르내림을 보이면서 단기 수익을 낼 수 있는 높은 비율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위권에 올랐다. 지수와 반대 흐름을 보이는 공포지수를 추종하는 ETF나 위험 회피 성격의 고배당 ETF에도 투자세가 몰렸다.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위험 회피성 투자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아시아경제가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서 7월1일부터 27일까지의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상위종목을 분석한 결과, ETF 상품들이 상위권을 다수 차지했다. 순매수 상위 10종목 중 4위에 오른 알파벳을 제외한 9종목이 ETF 상품이었다. 그중에서도 6개 ETF 상품은 변동성이 큰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순매수 1위 종목은 나스닥100지수를 3배 역추종하는 레버리지 인버스 ETF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ETF(SQQQ)'가 차지했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은 SQQQ를 7030만달러(약 91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하락 베팅의 성격을 지닌 인버스와 변동성이 커 단기 수익을 낼 수 있는 레버리지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투자자들은 지수 하락에 단기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지수를 1배 역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숏 QQQ ETF(PSQ)'도 순매수 10위에 올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배 역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베어 3X(SOXS)'와 같은 지수를 3배 정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SOXL)'이 연달아 2위와 3위 자리에 올랐다. 두 상품 모두 3배의 레버리지를 제공하는데, 기술주들이 큰 변동성을 나타내자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의 투자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7월 미국 증시에서는 반도체를 포함한 기술주들이 2분기 실적 발표 여파로 주가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였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를 추종하는 ETF 2종도 상위권에 새로 진입했다. 이들 종목은 지난달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VIX지수를 1.5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VIX 숏 텀 퓨처스(UVXY)'가 5위, 같은 지수를 2배 추종하는 '2x 롱 VIX 퓨처스(UVIX)'가 9위였다.
배당금이 높아 위험 회피에 활용되는 ETF들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JP모건이 운용하는 월배당 액티브형 커버드콜 ETF인 'JP모건 에쿼티 프리미엄 인컴(JEPI)'(6위)과 배당주에 집중 투자하는 '슈왑 US 디비던드 에쿼티(SCHD)'(8위) 등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순매수 상위 종목들의 주가 변동률은 희비가 엇갈렸다. 지수와 반대 흐름을 보이는 인버스 및 VIX지수 추종 ETF는 크게 내렸지만, 지수를 정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은 상승했다. 27일 미국 증시가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결정과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 영향으로 반등하며 마감한 이유다.
증권가는 미국 금융 시장의 변동 폭이 커질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내다봤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단기적인 반등세를 보였다"면서도 "생산과 소비에서 일부 둔화세가 나타나며 물가 상승 압력 요인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매크로 지표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