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미국이 하는 데 우리라고 못할쏘냐." 우주굴기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처럼 '지구방위대'를 자처하고 나섰다. 소행성의 지구 충돌시 방어 작전을 실험하겠다는 것이다.
14일 스페이스뉴스에 따르면, 중국 창정 로켓 시리즈의 수석 설계자 롱 레하오는 최근 개최된 한 강연에서 오는 2026년 지구 근접 소행성 2020 PN1을 상대로 이같은 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 PN1 소행성은 2020년 발견된 지구 공전 소행성이며 약 지름 40m의 크기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2026년 창정3B호 로켓에 관측 및 충격용 위성 2개를 실어 발사, 이 소행성에 접근해 물리적 충격을 가한 후 관측하는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미 항공우주국(NASA)가 발사한 DART 미션과 사실상 동일한 실험이다. DART 미션은 내년 9월 쯤 지구에서 1078만km 떨어진 쌍둥이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디디모스에 접근해 이중 위성 격인 디모르포스에 물리적 충격을 가해 궤도를 변경시키는 내용으로 실시되고 있다. 즉 지구에 충돌할 확률이 높은 소행성에 물리적 충격을 줘서 궤도를 바꾸거나 파괴할 수 있는 지 여부를 실험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 충돌의 장면은 동행한 이탈리아 우주국의 큐브셋이 촬영해 전송한다. 또 3년 후 유럽우주청(ESA)이 헤라(HERA) 관측 위성을 발사해 추후 연구를 진행한다.
앞서 중국 국가항천국(CNSA)은 지난 4월 이같은 '지구방위실험'을 실시한다는 사실을 발표했었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대상은 밝히지 않았었다. CNSA는 당시 지구 근접 위협 물체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만 공개했었다.
한편 중국은 2000년대 후반 '우주 굴기'를 선언한 후 독자적 우주정거장 건설, 달ㆍ화성 탐사 및 샘플 채취 등 활발한 우주 탐사ㆍ개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2021년 우주개발 예산은 총 91억2500만달러(약 11조9000억원)로 미국(486억3700만달러)를 제외하면 전세계에서 가장 많다. 우리나라는 6억1600만달러에 그친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의 화성 샘플 회수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기세다. 중국은 최근 지난해 화성 착륙에 성공해 탐사 중인 로버 '주룽'이 채취한 샘플을 미국보다 한 발 앞선 2031년께 회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은 예산 부족 등으로 2033년께나 가능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