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은 에너지가 넘쳐요' 뉴욕 센트럴파크서 5000명 열광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야외 공연장인 서머스테이지에서 열린 '코리아 가요제'에서 골든차일드가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욕한국문화원]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저도 오랜 K-팝 팬이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미국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는 에이프릴 워드 씨는 10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의 심장부인 센트럴파크 야외 공연장에서 '아이 러브 K-팝'이라는 사인이 뜨는 선풍기를 손에 든 채 연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K-팝 특집공연 '서머스테이지-코리아 가요제'를 찾은 그는 "방탄소년단(BTS), TXT, 트와이스, 레드벨벳을 특히 좋아한다. 오늘 출연하는 K-팝 가수들도 모두 알고 있다"면서 "K-팝은 에너지가 넘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미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뉴욕한국문화원, 뉴욕시공원재단,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주최하고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주관한 이날 코리아가요제에는 5000여명의 뉴요커들이 공연장을 빼곡히 메웠다.

공연 시작은 오후 7시였지만 제한된 공간 내 선착순 입장인 탓에 줄은 이날 새벽부터 늘어서기 시작했다. 오후 4시 께 서머 스테이지 입구에 도착한 실비아 드코타씨는 "도착했을 때, 길을 쭉 따라 돗자리를 깐 채 피크닉을 즐기는 K-팝 팬들이 대충 몇백명은 돼 보였다"면서 "나 역시 오랜만의 K-팝 공연이라 덥고 피곤하단 생각조차 안하고 (입장을) 기다렸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K-팝 대면 공연을 접하기 어려웠던 뉴욕 K-팝 팬들의 갈증을 단숨에 해소 시켜준 단비 같은 공연이었다는 평가다. 2017년, 2018년 개최됐던 코리아 가요제는 올해 4년 만에 열렸다. 현지에 거주 중인 한국인, 한국인 여행객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지만 대다수는 K-팝에 빠진 현지 뉴요커들이었다.

알렉사가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야외 공연장인 서머스테이지에서 열린 '코리아 가요제' 무대에 올라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Mary Kang, 뉴욕한국문화원]

첫 무대는 최근 미국 NBC방송이 주최한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K-팝 글로벌 수퍼 루키로 떠오른 한국계 미국인 가수 알렉사(AleXa)가 나섰다. 데뷔곡인 '밤(Bomb)'을 비롯해 '타투(TATTOO)', '엑스트라(XTRA)', 그녀에게 우승을 안겨준 경연곡 '원더랜드' 등을 선보이며 특유의 에너지를 뽐냈다. 온몸이 부서질 듯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인 알렉사가 직후 바닥에서 네일팁을 주워 들며 "제 손톱이 떨어져 있네요(There is my nail)"라고 말하자, 곳곳에서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두 번째 무대로는 강렬한 퍼포먼스로 주목 받는 보이 그룹 골든차일드가 출격했다. 대표곡 '안아줄게'로 노래를 시작한 골든차일드는 '크러시', '담다디', '펌프 잇 업' 등 중독성 넘치는 음악과 에너지 넘치는 칼군무를 선보여 눈길을 모았다. 첫 미국 투어 일정 후반부에 뉴욕을 찾은 골든차일드는 이날 현지 팬들이 들고 있는 플래카드를 직접 읽고 대화하는 등 현지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도 보였다.

공연의 대미는 '롤린'의 음원차트 역주행을 타고 인기 걸그룹으로 부상한 브레이브걸스가 장식했다. '치맛바람', '하이힐', '운전만해'에 이어 마지막 곡으로 '롤린'을 부르자, 곳곳에서 가오리 춤을 따라 추는 뉴욕 K-팝팬들의 모습이 확인됐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내 서머스테이지에서 열린 '코리아 가요제'에서 브레이브걸스가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욕한국문화원]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내 서머스테이지에서 열린 '코리아 가요제'에 참석한 골든차일드가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욕한국문화원]

이날 공연에 앞서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난 알렉사는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우승 이후 이렇게 뉴욕에서 팬 분들 앞에서 무대를 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2008년 친한 친구의 소개로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뮤직비디오를 본 후 K-팝에 완전히 빠졌고, K-팝 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면서 "(데뷔 전) 커버댄스를 많이 했는데, 그때와 비교해 지금은 K-팝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걸 느낀다"고 말했다. 롤모델로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와 뛰어난 춤 실력을 갖춘 K-팝스타 현아, 태민을 꼽은 알렉사는 "나 또한 팬들에게 롤모델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골든차일드의 메인래퍼인 이장준은 "한미 수교 140주년을 맞는 시점에 뉴욕에서 공연을 하게 돼 영광"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간 (해외) 팬들을 만나지 못했는데, 수많은 팬들이 (공연장에)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기다려 주셔서 고맙다"고 팬들에게 가장 먼저 애정을 표했다. 그는 "미국 팬들은 에너지가 남다르다"면서 "미국 투어를 통해 경험, 에너지를 받고 간다"고도 말했다.

뉴욕 어퍼웨스트사이드에 거주하는 K-팝팬 샤니아 온다씨는 "미국에서 (팬데믹으로 그간 어려웠던) K-팝 공연들이 다시 열려 기쁘다"면서 "오늘은 골든차일드의 팬이 됐다"고 말했다. 알렉사를 보기 위해 뉴욕 브루클린에서 달려왔다는 에밀리 워즈씨는 "그녀의 댄스 실력은 매우 놀랍고, 무대도 정말 멋지다"면서 "한국분들도 꼭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속 알렉사의 무대를 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맨해튼에 거주 중인 한인 조지혜씨는 "미국인들이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춤을 완벽하게 따라 추는 걸 보며 깜짝 놀랐다"며 "K-팝의 인기가 정말 높아졌다는 걸 새삼 실감한다"고 전했다.

이날 약 2시간동안 진행된 공연은 관객들의 함성과 환호 속에 끝이 났다.

코리아 가요제 공연을 기획한 뉴욕한국문화원 관계자는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K팝에 대한 수요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며 “문화원은 앞으로도 K팝 뿐 아니라 다양한 한국문화를 소개해서 한미 양국의 우호관계를 문화적으로 풍성하게 하고 우리 문화 산업의 진출 기회를 넓히는데 지속적으로 기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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