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한은]물가 치솟는데 '경기침체·이자부담' 숙제도[전문가 대담]

오는 13일 금통위 앞두고 전문가 대담
김영익 교수 "내년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금리 낮춰야할 것"
박석길 본부장 "인플레 정점 10월…기업 하방압력 커질 것"
조경엽 실장 "금리 4%까지 올려야할 수도…기업 구조조정 기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3일 사상 최초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금리인상이 시장에 미칠 영향과 향후 경기 전망을 둘러싸고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를 기록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이번달 또다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 가능성이 큰 만큼 한은 역시 금리를 높여 물가와 자금유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 경우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과도하게 늘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경기 전망을 두고도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한은과 정부는 아직 경기보다는 물가안정에 중점을 둬야할 시기라는 입장이지만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빨리 들이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아시아경제는 경제 전문가 3인의 특별 대담을 통해 최근 인플레이션 상황 및 경기에 대한 진단과 함께 한은의 통화정책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한은의 통화 긴축 강화 정책에 대해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기 때문에 금리인상이 구매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기업에는 투자 수요가 줄면서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계기업이 퇴출당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새로 들어오는 구조조정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지금은 물가안정 정책을 우선적으로 펼치고 있지만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내년 상반기면 정책 방향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래는 김 교수와 박 본부장, 조 실장의 질의응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오는 13일 금통위에서 빅스텝이 단행될까. 인플레이션 정점과 연말 적정금리 수준은 어떻게 보나.

김영익 : 이번 금통위에선 빅스텝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다음 한번 더 0.25%포인트 올리면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이다. 물가상승률은 7월이 고점이라고 본다. 하반기 들어서는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수요가 위축되면서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것이기 때문에 금리인상 필요성이 없어질 것이다.

박석길 : 빅스텝 단행 전망에 동의한다.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 인플레이션의 경우 정점은 10월 정도가 될 수 있다.

조경엽 : 이창용 한은 총재도 경기보다 물가를 선제적으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만큼 빅스텝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저금리로 돈이 많이 풀렸기 때문에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 자금유출 우려를 줄이기 위해선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0.75~1%포인트 높아야 하는데, 미국이 시장 전망대로 기준금리를 3% 이상으로 올릴 경우 우리나라도 최소 4%까지 올려야 할 수 있다.

-금리인상을 하면 하반기 물가가 잡힐 것이라 보나.

▶박석길 : 금리를 올리더라도 표면적으로는 물가가 상당기간 (높게) 유지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금리인상이 없었더라면 인플레이션은 더욱 심화했을 것이다.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 이외에 공급측 요인과 국제유가 급등이 크게 작용한 것이지만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

▶조경엽 : 금리를 인상하면 일반적으로 물가안정에 도움은 된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제로코로나 봉쇄조치로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만약 물가상승이 장기화한다면 금리만 가지고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역부족일 수 있다. 지금으로선 금리가 올라가면서 물가안정에 도움이 되겠으나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추후 대외 여건에 따라 다르다.

지난 5월23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화물이 가득 쌓여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금리를 높이면 경기침체 우려가 커질 수 있다.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을 진단한다면.

▶김영익 : 연말로 갈수록 경기둔화 조짐이 보일 것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는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거라고 본다. 우선 미국 중심으로 전세계 경기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우리 경제가 수출로 인해 그나마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었는데 수출이 마이너스로 꺾일 것이고, 소비가 미미하게 증가하는 가운데 투자는 감소할 것이다.

▶조경엽 : 경제상황이 불안하다.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비중도 올라가고 있다. 설사 물가가 더 안 올라가더라도 경기침체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환율도 오르고 있는데 과거와 달리 정부가 대폭 개입해서 조정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수입물가도 엄청나게 올라 생산단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꼭 수출에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금리를 높이면 가계 이자부담이 늘고 기업도 비용부담이 커진다.

박석길 :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고민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가계부채가 꽤 늘어나 있기 때문에 급격한 금리인상이 가계 구매력에 예상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은 글로벌 경기 사이클 등에 더 큰 영향을 받겠지만 금리인상으로 인해 투자 수요가 줄면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경엽 : 금리를 올리면 가계나 기업의 대출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생산성이 아주 낮음에도 저금리 덕분에 유지할 수 있었던 한계기업들이 많다. 이런 기업들이 금리인상기에 퇴출당하고 경쟁력 있는 새로운 기업이 들어오는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일부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성장의 발판을 다시 마련할 수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부총리 주재 금융당국 조찬간담회에서 기념촬영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최상목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추 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 외에 정부가 물가잡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김영익 : 최근 물가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로선 현재 물가안정 정책을 우선적으로 펼칠 수밖에 없는데, 내년 상반기쯤 되면 정책 방향이 완전히 바뀔 것이다. 한은은 금리를 낮추고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려야 할 것으로 본다. 이미 우리 경제는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조경엽 : 지난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 등으로 공기업이 부실화된 상황이지만 정부로선 자구노력을 통해 공공요금이 더 올라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휘발유 가격도 많이 올랐기 때문에 교통카드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정책을 통해 승용차를 안타게 하고 휘발유 수요를 낮출 필요도 있다. 농작물의 경우 비축미를 잘 풀고 관세도 내려서 수급에 차질 없게 해야 한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서소정 기자 ss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경제부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경제부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