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시간30분 만에 한동훈 ‘완승’으로 끝난 인사청문회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싱겁게 끝났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얘기다.

한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지명한 1기 내각 후보자 중 누구보다 관심을 끌었던 인물이다.

지금은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검찰 내에서도 가장 적대시하는 특수통 검사 출신인 데다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후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처리 강행을 ‘야반도주’에 빗대 강하게 비난하면서 야당이 ‘낙마 대상 1호’로 꼽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는 문재인 정부 출범의 계기가 됐던 ‘최순실 특검팀’에서부터, 서울중앙지검, 대검까지 함께 했던 최측근이기도 하다.

9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청문회는 17시간 30분이 지난 10일 새벽 3시31분 종료됐다.

‘자료 제출’ 문제와 한 후보자의 모두발언에 사용된 ‘검수완박’ 표현에 대한 사과 문제로 공전된 오전 시간과 점심시간 2시간, 4명의 증인에 대한 신문 시간, 중간 산회 시간을 모두 제외해도 최소 10시간 이상 한 후보자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가 쏟아진 셈이다.

결론은 한 후보자의 완승이었다. 민주당이 ‘낙마 대상 1호’로 꼽은 게 이상할 정도로 결정적 한 방도, 송곳 같은 날카로움도, 극적인 반전도 없었다. 법조계에서는 “한 후보자에게 역공의 빌미, 해명의 자리를 만들어줬다”, “한 후보자를 띄워준 셈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 소속 청문위원들은 한 후보자의 ▲자녀 논문, 수상 경력 등 스펙 쌓기 ▲아파트 증여, 탈세 등 부동산 관련 의혹 ▲김건희 여사와의 수백 통 전화통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과정 ▲채널A 사건 등 여러 의혹에 대해 본질의, 보충질의, 재보충질의, 재재보충질의까지 숱한 질문을 던졌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의혹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새로운 의혹 제기도 없었고, 기존에 제기된 의혹을 뒷받침할 추가 폭로도 없었다. ‘결정적 한 방’이 없다 보니 ‘고개숙인 후보자’, ‘물 마시는 후보자’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쩌면 예상했던 결과가 현실이 된 것일 수도 있다. 청문회 전부터 여당이나 검찰 주변에서는 야당 위원들이 한 후보자의 말발에 밀려 고전하는 모습을 은근히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사법시험에 소년 급제하고 검찰 내에서도 총명하기로 소문난 한 후보자가 야당 위원의 어떤 공격도 잘 받아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었다.

반면 청문회를 앞두고 자녀와 부동산과 관련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야당의 날카로운 공격을 기대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게다가 애초 4일로 예정됐던 청문회 일정이 9일로 미뤄지면서 시간을 번 야당 위원들이 한 후보자를 공격할 충분한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해올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한 후보자의 방패는 튼튼했던 반면, 민주당 위원들의 창끝은 무뎠다. 청문회 내내 특별한 긴장감 없이 비슷한 질문과 답변이 반복됐다.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이 한 후보자의 자녀 관련 의혹에 대해 직접 표창장을 위조해 대학 입시에 활용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례를 무리하게 대입하려고 시도한 것이 패착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정작 볼거리를 제공한 건 민주당 위원들과 증인들이었다.

최강욱 위원은 한 후보자의 딸이 한 복지시설에 노트북을 기부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격하며 ‘한국 3M’을 의미하는 ‘영리법인 한**’을 한 후보자의 딸이라는 취지로 발언해 망신을 당했다.

김남국 위원은 한 후보자 딸의 논문 관련 의혹에 대한 질의 과정에서 한 후보자 처가 쪽 조카가 쓴 논문의 교신저자인 조카의 외숙모 ‘이모 교수’를 한 후보자 딸의 ‘이모’로 착각하고 발언했다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또 김 위원은 ‘개리티 원칙(Garrity rule)’의 개념을 아느냐고 한 후보에게 물은 뒤 한 후보자의 답변이 틀렸다고 면박을 줬다가, 오히려 한 후보자가 김 위원이 근거로 든 한겨레 기사가 잘못 인용한 것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판사 출신인 이수진 위원은 검사의 수사·기소권과 관련된 미국 입법례를 예로 드는 과정에서 한 후보자가 “제가 미국에 연수를 다녀와서 잘 압니다”라며 반박하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실제 한 후보자는 2004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석사(LL.M) 과정을 이수한 뒤 이듬해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바 있다.

이후 이 위원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 조직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명심하라”는 자신의 발언에 한 후보자가 “잘 새기겠다”고 답하자 갑자기 “뭐라고요? 비꼬는 겁니까”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고, 청문회장 곳곳에서 웃음이 터지자 “왜 제 질문에 킥킥대고 웃느냐”며 또 다시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검수완박’ 법안 심사를 앞두고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누가 봐도 의도가 있는 탈당을 했던 민형배 위원은 국민의힘 조수진 위원의 ‘위장 탈당’ 발언에 발끈해 3분의 의사진행 발언 시간까지 요청, “(민주당으로의) 복당 약속을 누가 했어요?”라고 따져 물으며 흥분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이번 청문회에는 현직 검사 신분인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와 김경율 회계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민주당이 증인으로 신청한 한 감찰부장과 임 감찰담당관, 국민의힘이 신청한 박 부장검사와 김 회계사는 예상대로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원하는 방향의 답변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김 회계사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저격하는 ‘작심 발언’을 쏟아내 민주당 위원들이 고성을 지르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10일 새벽 3시27분경 여유 있는 표정으로 마무리 발언에 나선 한 후보자는 “저의 지난 공직 생활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자세를 가다듬는 소중한 자리였다”며 “제게 법무부 장관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위원님들의 세심한 충고의 말씀을 유념하여 정의와 상식의 법치를 이루는 데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이틀에 걸쳐 청문회가 진행됐지만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가 이날 오전까지 추가로 제출하는 증거들을 살펴본 뒤 결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혔고,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추가 회의가 열릴 가능성을 대비해 정회를 선포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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