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지기자
[아시아경제 권현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실 인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당직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 대통령실에 ‘어공(어쩌다 공무원)’ 자리가 줄어들 걸로 예상되면서다. 일각에서는 ‘서초동팀(윤 당선인 측 검찰 인사)’, ‘MB맨(이명박 정부 출신 인사)’과의 경쟁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윤 당선인은 1일 새 정부 대통령실 직제와 주요 인선을 발표할 계획이다. 윤 당선인이 그간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려놓겠다며 '대통령실 슬림화'를 강조해온 만큼 대통령실 인선 규모는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특히 정치권 출신의 어공보다는 직업 공무원인 늘공이 우선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민의힘 당 내부에서는 우려와 불만이 동시에 감지되고 있다. 대통령실 파견은 주요 경력이 될뿐더러 정권창출을 도운 당직자들을 대우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데, 그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져서다. 통상 새 정부가 출범하면 당 사무처 당직자와 보좌관들 일부가 대통령실에 행정관으로 취업하거나 파견직으로 근무해왔다.
국민의힘의 주요 당직자 A씨는 “내부 분위기가 좋지는 않다”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 가 있는 당직자 대다수가 (당으로) 복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보좌관 출신의 한 당직자 B씨도 “일찌감치 (새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한) 용산까지 갈 수 없겠다고 판단해 자의로 돌아온 보좌관들도 있다"고 전했다.
어공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늘공이 정책 전문성을 갖췄다면 어공은 정무 감각에 뛰어나 상호보완이 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정책 담당 관계자는 “당직자들은 선거를 치르며 민심을 잘 알지만 공무원들은 그렇지 않다”며 “어공은 윗선에서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볼 수 있어 보완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은 대통령실 정무, 공보, 홍보 분야에 주로 배치돼왔다.
A씨 역시 “정치를 오랜 한 대통령이라면 어공이 필요 없겠지만 (윤 당선인처럼) 정치 경력이 짧다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며 “당장은 이렇게 국정운영을 시작한다 해도 1년 후면 다시 (어공을)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당청 간 가교 역할을 해 매끄러운 국정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과 가까운 인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결과라는 추측도 나왔다. B씨는 “어공을 줄인다는 건 표면적인 의도이고 서초동팀, MB맨과의 보이지 않는 힘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고, A씨 역시 “(윤 당선인이) 당과의 접점이 적지 않느냐”며 “요직은 검찰이나 공무원들이 차지할 것이라 예상했다”고 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