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이는 주사 '마이크로니들' 열풍 예고

머리카락 3분의 1 미세바늘
패치 형태로 인체 내 흡수

주사보다 통증·부담 없고
먹는 약보다 유효성분 흡수 좋아

국내 기업 개발·투자 활발

마이크로니들 백신 패치(사진제공=부산대기술지주)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주사를 맞거나 먹어서 복용해야 했던 약을 파스처럼 간단히 붙이는 ‘마이크로니들’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니들은 머리카락 3분의 1 수준 두께인 미세바늘을 활용하는 경피 약물전달기술(DDS)이다. 통상 패치 형태로 피부에 붙여 인체 내로 흡수하는 방식으로 쓰인다. 주사보다는 통증이나 부담이 적고, 먹는 약에 비해서는 간 대사 과정 등이 생략돼 유효성분 흡수와 생체 이용률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너도나도 기술개발 도전장

20일 퓨처마켓인사이트(FMI)에 따르면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9년 6억2160만달러(약 7705억원)에서 2030년 12억390만달러(약 1조4922억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 제휴 등이 활발해지고 있는 이유다.

시지바이오는 최근 마이크로니들 기술 확보를 위해 관련 플랫폼을 갖고 있는 대웅의 DDS 기반 신약개발전문 벤처 자회사 대웅테라퓨틱스에 유상증자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12.3%의 지분을 확보하고, 유현승 시지바이오 대표가 대웅테라퓨틱스 사내이사로 선임돼 직접 경영에도 참여한다. 앞서 대웅테라퓨틱스와 마이크로니들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광동제약은 관련 플랫폼 기술을 가진 쿼드메디슨과 비만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손을 잡았다. 광동제약이 20억원을 쿼드메디슨에 전략 투자하고 이를 통해 공동 연구개발(R&D)에 나서는 한편 사업화 독점권에 대한 우선 선택권을 확보했다. 쿼드메디슨은 ‘다가 코팅형 마이크로니들’과 ‘즉각 분리형 마이크로니들’ 등의 원천기술을 갖고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백신에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도입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이머젝스는 패치형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펩GNP’의 임상 1상을 스위스에서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유바이오로직스가 패치형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외에도 다양한 백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백신의 경우 냉장 또는 냉동 유통(콜드 체인)돼야 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도입할 경우 이 같은 콜드 체인이 필요없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GC녹십자는 미국 백세스 테크놀로지스와 손잡고 패치형 인플루엔자 임상 1상을 추진 중이다. 기존의 지씨플루 백신 항원에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결합했다. 쿼드메디슨도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등이 출자한 라이트펀드의 지원을 받아 디프테리아, 백일해, B형간염 등 백신을 하나에 담은 패치형 5가 백신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라파스는 B형간염·인플루엔자 4가 백신 패치 개발에 나섰다.

높은 상용화 문턱, 누가 먼저 넘을까

하지만 아직 세계적으로 실제 출시된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이 없다는 점은 기술 개발에 여전히 암초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회사는 미국 조사노파마다. 편두통 치료제 ‘큐트립타’의 임상 3상을 마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보완요구서한(CRL)을 받고 재수에 도전하고 있는 상태다. 단순히 붙이면 되는 만큼 편의성은 높지만 실제로 외부 환경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각질층으로 덮인 피부를 마이크로니들이 뚫고 체내에 효과적으로 흡수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조사노파마의 마이크로니들 편두통치료제 '큐트립타'

다만 플랫폼 기술인 만큼 화장품이나 성장호르몬이나 보툴리눔 톡신 등 다양한 의료기기나 에스테틱 분야에도 접목이 가능해 높은 확장성은 여전히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른 분야에서는 시장 진출이 목전인 상태다. 시지바이오는 콜라겐 재생 효과가 있는 EGF 단백질 등을 탑재한 마이크로니들 화장품 ‘더마리젠’을 올해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휴젤은 마이크로니들로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을 올해 안으로 임상 1상을 신청한다는 목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마이크로니들은 일정량의 약물을 효과적으로 투여하는 기술이 아직 완성되지 않는 등 상용화되지는 않은 시장"이라며 "기존 주사 방식에 대한 부담이 있거나 인지 장애 등으로 정기적인 정량 복용이 어려운 환자들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해 극복할 수 있다면 환자들의 편익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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