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검증' 예고했던 민주당…'출산은 애국' 정호영에 맹공

과거 칼럼서 "암 치료 특효약은 결혼", "여성환자에 3m 청진기"
민주당, 여성차별적 시각·장관 자질에 문제제기…자진사퇴 촉구도
정호영 "불편하고 상처받으신 분들이 있다면 대단히 죄송"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다 취재진과 만나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윤석열 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인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이 과거 신문에 기고한 칼럼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앞서 송곳 검증을 예고했던 더불어민주당에선 정 후보자에게 보건복지 컨트롤타워를 맡길 수 없다는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로 재직하던 지난 2012년 10월29일 매일신문에 '애국의 길'이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칼럼에서 정 후보자는 "요즘 와서 보면 지금만큼 애국하기 쉬운 시절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소위 '때'를 만난 것인데 바로 결혼과 출산이 그 방법"이라며 "결혼만으로도 당장 예비 애국자가 될 수가 있고, 출산까지 연결된다면 비로소 애국자의 반열에 오른다"고 말했다. 한국의 저출생 원인으로 여성의 혼인율을 지목하거나 결혼을 장려하며 "암 치료 특효약은 결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11월18일에는 같은 언론사에 '3m 청진기'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정 후보자는 이 칼럼에서 성범죄자의 취업제한 직종에 의료인을 포함하도록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두고 "전국의사총연합은 얼마 전 공식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안내와 함께 3m 길이의 청진기 사진을 올렸다"며 "한국형 청진기 공구(공동구매) 들어갑니다. 의사는 3m 떨어져 있고, 여환(여자환자)분은 의사 지시에 따라 청진기를 직접 본인의 몸에 대면 된다"고 비꼬았다.

민주당에선 정 후보자의 인선을 문제 삼으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할당, 안배가 없다던 윤 당선인의 주장은 사실 친구 알박기를 위한 포석이 아니었나"라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40년 친구라는 정 후보자의 부적절한 인식과 표현이 매우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 후보자는) 결혼과 출산이 애국이라며 저출산을 여성의 탓으로 돌리고 성범죄자 취업 제한 직종에 의료인이 포함된 걸 조롱하고, 3m 청진기로 진료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의사의 자질조차 의심되는 인물"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고민정 의원 또한 정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 후보자의 구시대적 사고방식은 더욱 심각하다. '결혼과 출산은 애국이고, 암 치료 특효약'이라며 여성을 출산의 도구쯤으로 여기는 천박한 인식을 가진 후보자에게 저출생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맡길 수 없다"라고 말했다. 고 의원은 또 "정 후보자는 성범죄 책임을 의료진이 아닌 여성 환자에게 전가하는 듯한 논리를 편 의사단체에 동조하는 인식을 본인의 칼럼에서 드러내기도 했다. 성범죄 책임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여성에서 찾는 삐뚤어진 인식에 낯이 뜨거워질 지경"이라고 맹비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국토교통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윤 당선인, 이종섭 국방부, 이창양 산업통상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이종호 과학기술정통부 후보자./인수위사진기자단

강병원 최고위원은 윤 당선인의 인선에서 새로움과 참신함, 신선함은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정 후보자가 윤 당선인의 40년 지기라고 하던데 과연 능력 면에서 그분이 선택이 됐을까"라고 의문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 장관이라고 하면 누구라도 알 만한 그런 연금이라든지 보건이라든지 복지에 관한 전문가가 들어서는 게 맞다. (그런데) 단순히 당선인의 40년 지기라는 이유만으로 좀 생소한 인물이 등장한 것 아닌가. 과연 이게 실력으로 인선된 것인지, 친분 관계에 인선된 것인지 국민들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 후보자는 과거 자신의 칼럼을 두고 불거진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빌딩에 마련된 사무실에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과거 외과 교수로서 저출산 현상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자 쓴 글이었다"며 "만일에라도 마음이 불편하고 상처받으신 분들이 있다면 대단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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