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윤기자
해금연주자 노은아 서울대 국악과 교수는 고려시대 해금이 널리 사랑받는 대중악기였던 만큼 오늘날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악기가 될 수 있도록 그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두 가닥 명주실, 그 줄 사이 끼워진 활대에서 나오는 가락은 심금을 울리기도, 신명을 일으키기도 한다. 고려시대 우리나라에 들어온 해금은 넓은 음역대로 사랑받는 대중악기였던 만큼 오늘의 해금도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악기가 되게끔 이 선율을 널리 알리고 싶다.”
해금연주자 노은아가 산조와 창작곡으로 오는 4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카네기홀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해금명인 故지영희가 1972년 당대 명인 성금련, 김소희와 함께 협주자로 선 이래 해금독주회로는 최초 무대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교수인 노은아는 관중을 압도하는 강렬한 선율로 각인된 국내 대표 해금연주자다. 올해로 해금을 잡은 지 30년이 된 그는 29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카네기홀 공연을 통해 해금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해금은 고려시대 이후 궁중과 민간에서 널리 사용되며 누구나 쉽게 연주할 수 있는 대중악기였다. 노 교수는 “요즘 뮤지션들이 길거리 공연에 기타를 연주하듯 고려시대 민간에서 유희를 즐길 때 해금은 빠지지 않는 악기였다”며 “전통악기에서 다양한 대중의 취미 악기로 영역을 확장한 해금이 한 발 더 나아가 세계인들에게도 널리 연주되는 악기로 보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금의 세계화를 위해 이번 카네기홀 공연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미국과 영국,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외국 작곡가 5명에게 해금을 위한 새로운 연주곡을 위촉해 탄생한 다섯 곡을 뉴욕 관객들 앞에서 초연할 예정이다. 노 교수는 “작곡가 다섯 분 중 네 분이 해금 연주곡을 처음 써보는 분들이라 난관이 있었지만 매일 같이 화상회의를 통해 곡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교류했다”며 “나중에 완성된 곡을 들어보니 오히려 외국 작곡가가 쓴 곡이 우리 전통 해금 연주곡 같은 느낌을 자아내서 그동안 왜 우리가 바이올린 같은 외국 현악기를 따라하려고 했을까 역으로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노 교수는 “특히 다나 카우프먼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작곡과 교수가 완성한 ‘해금 팔음(八音)에 대한 오마주’는 해금의 본질과 속성을 정확하게 짚어낸 곡으로 우리나라 연주자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소리를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춰 놀라웠다”고 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이 곡을 포함한 4곡의 창작곡과 지영희류 해금산조를 선보인다.
연주자이자 교육자로서 바쁜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노 교수는 해금에 대한 사료 수집과 악보 채보에도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금의 세계적 보급화를 위해서는 해금의 역사와 정보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세밀한 자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뉴욕 공연이 끝나면 해금을 소개하는 전문서적인 ‘해금의 세계’(The Haegeum: A Comprehensive Guidebook for Composers and Performers)를 영문으로 출간해 세계 각국의 대학과 도서관, 예술기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8세 때 리틀엔젤스 무용단에 입단해 발레리나를 꿈꾸던 그는 중학교 때 다리를 다쳐 무용을 그만두면서 자연스럽게 해금에 입문했다. 노 교수는 “선화예중 졸업을 위해 전과를 해야 했는데 해금을 잡자마자 자연스럽게 연주를 하게 되더라, 아마 전통무용 공연 때 줄곧 들었던 해금 선율을 기억해서 그랬던 것 같다”며 “그 후 해금에 심취해 국악고등학교, 서울대 국악과에 진학해 공부를 계속 하면서 내가 다리를 다쳤던 게 해금과의 운명적 만남을 위한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웃어보였다.
외국 공연 때마다 해금에 집중하는 세계 각국의 관중을 보며 연주자로서 해금의 가치를 재발견 했다는 그는 남다른 포부를 전했다. “해금을 통해 전하는 우리 고유의 소리에서 은은함과 깊은 멋에 취하는 세계인들이 직접 해금을 찾아보고 연주하면서 한민족의 사상과 철학까지도 느끼게 하고 싶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