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수감돼 1심 판결문 못 받은 수용자 출소 후 추완항소 가능'

대법원 전원합의체./사진=대법원 제공.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소송 도중 구속수감돼 1심 판결문 정본을 송달받지 못했다면 2주의 항소기간을 지키지 못한 것에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출소 후 추완 항소를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추완 항소는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2주의 항소기간을 준수하지 못했을 때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주 이내에 항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민사소송법 제173조(소송행위의 추후보완) 1항은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말미암아 불변기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경우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주 이내에 게을리 한 소송행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한 복합상가 번영회가 상인 A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번영회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 상가 번영회는 2017년 9월 27일 A씨에게 관리비 등 6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1심 법원은 소액사건이라는 점을 고려해 변론기일을 열지 않고 2017년 10월 11일 돈을 지급하라는 이행권고결정을 내렸다.

2017년 10월 18일 이행권고결정서 등본을 송달받은 A씨는 같은 해 10월 19일 법원에 이의신청을 하고 답변서를 제출했고, 다음날인 같은 해 10월 10일 안양교도소에 구속수감됐다.

1심 법원은 변론기일통지서와 상가 번영회가 낸 준비서면 등을 A씨의 주소지로 발송했지만 폐문부재(우체부가 해당 주소지를 방문했을 때 문이 잠겨있고, 사람이 없었다는 것)로 송달이 안 되자 발송송달 방법으로 송달했고,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A씨는 이를 전달받지 못해 대응할 수가 없었다.

결국 1심 법원은 2017년 11월 16일과 12월 14일 두 차레 변론기일을 열고 변론을 종결한 뒤 2018년 1월 11일 상가 번영회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그리고 판결정본을 A씨의 주소지로 송달했지만 역시 폐문부재로 송달하지 못하자 재판장의 공시송달명령에 따라 공시송달 방법으로 송달, 2018년 2월 10일 자정에 송달의 효력이 발생했다. 공시송달이란 일정 기간 서류를 게시한 뒤 송달이 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2018년 8월 19일 출소한 A씨는 같은 해 8월 21일 1심 판결정본을 발급받고 9월 3일 법원에 추완 항소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미 항소기간이 도과된 뒤에 항소장이 제출됐다는 이유로 A씨의 항소를 각하했다.

소송행위의 추완이 허용되는 것은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 때문에 불변기간을 준수하지 못했을 때인데 A씨의 경우 수감되기 전에 이미 소송이 시작된 것을 알았고, 이의신청을 하면서 답변서까지 제출했던 만큼 소송 진행 상황을 스스로 조사할 의무가 있었고 이는 구속됐다고 예외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항소기간이 지나간 것에 A씨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이었다.

먼저 대법원은 "당사자가 소송 계속 중에 수감된 경우 법원이 판결정본을 민사소송법 제182조에 따라 교도소장 등에게 송달하지 않고 당사자 주소 등에 공시송달 방법으로 송달하였다면, 공시송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재판장의 명령에 따라 공시송달을 한 이상 송달의 효력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수감된 당사자는 민사소송법 제185조에서 정한 송달장소 변경의 신고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공시송달로 상소기간을 지키지 못하게 됐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실 없이 판결의 송달을 알지 못한 것이고, 이러한 경우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불변기간을 준수할 수 없었던 때에 해당하여 그 사유가 없어진 후 2주일 내에 추완 상소를 할 수 있다"며 2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A씨가 1심 판결정본을 발급받아서 확인한 2018년 8월 21일 비로소 1심 판결이 있었고, 판결이 공시송달 방법으로 송달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봐야 하므로 그때부터 2주일의 항소시간 내인 2018년 9월 3일 제기한 이 사건 추완 항소는 적법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기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추완 항소를 각하했다"며 "원심판결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소송행위의 추후보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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