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웅의 에너지전쟁] 탄소감축 논의서 석유가 빠진 까닭

COP26에서 석탄 놓고 막판 진통
합의문에 폐지 대신 '감축'으로 완화
석유 논의는 공론화 되지 못해


석탄, 세계 탄소배출 절반 차지
최대 배출원 감축 노력 우선시 당연
태양광, 풍력 대체제 존재


석유의 주용도는 운송용 연료
선박, 항공기 석유 외 구동 불가
휘발유와 경우 국민 생활에 영향 커
퇴출 아닌 전략적 해결책 필요

아시아경제신문은 한 달에 한 번씩 목요일자에 대변혁기를 맞은 에너지 산업을 진단하고 그에 얽힌 국제 질서 변화를 짚어보는 '최지웅의 에너지전쟁'을 연재합니다. 저자는 2008년 한국석유공사에 입사해 유럽ㆍ아프리카사업본부, 비축사업본부에서 근무하다가 2015년 런던 코번트리대의 석유ㆍ가스 MBA 과정을 밟은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 입니다. 석유의 현대사를 담은 베스트셀러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를 펴냈습니다. 지난해에는 본지에 <석유패권전쟁> 칼럼을 연재해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한국은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으로 발표했다. 그런데 COP26에서 막판까지 각국이 합의문 작성에 진통을 겪은 것은 석탄 사용에 대한 것이었다. 발전량에서 석탄 비중이 10% 이하인 유럽 주요국은 석탄 발전 폐지를 합의서에 명시할 것을 주장했으나, 석탄 비중이 60% 이상인 중국과 인도는 반대했다. 결국 석탄 발전의 ‘폐지’는 ‘감축’으로 완화돼 명시됐다.

석탄과 석유는 대표적 화석연료다. 그런데 탄소 감축의 국제 논의에서 석탄은 치열한 감축 논의가 있는데, 석유 사용에 대한 논의는 왜 공론화 되지 못한 것일까? 첫째 이유는 석탄이 세계 탄소 배출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큰 배출원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탄소 배출원을 줄이려는 노력이 가장 우선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대체재의 차이다. 석탄의 가장 큰 용도는 발전(發電)이다. 2019년 기준 세계 전력 생산에서 석탄 발전 비중이 36.7%이다. 발전 부문에서는 석탄을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들이 존재한다. 태양광과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로도 전기 생산이 가능하고, 원자력 역시 논란이 있지만 석탄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 천연가스도 석탄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절반 정도라서 석탄을 대체하며 탄소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석유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석유의 주 용도는 운송용 연료다. 전체 원유의 60% 이상이 휘발유와 항공유 등으로 가공돼 자동차, 선박, 항공기의 연료로 쓰인다. 현재 대형 선박과 항공기는 석유, 가스 외 연료로는 구동이 거의 불가능하고,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도 미약하다. 그나마 도로운송 부문에서 석유 수요를 줄이기 위해서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로 교체되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 연구원

최근 원유 가격은 배럴당 70달러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배럴당 70달러의 가격을 1리터당 단가로 따지면 0.4달러 정도로 500원 수준이다. 작년에 비해 크게 오른 가격임에도 콜라나 먹는샘물보다도 싸다. 한마디로 석유는 압도적으로 가격이 싸다. 그리고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다. 또한 액체 형태라서 운송과 저장이 쉽고 장기간 비축도 가능하다. 반면 형태가 없는 재생 에너지와 기체 형태의 수소는 2차전지나 연료전지라는 최첨단 기술이 결합돼야 운송 부문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단순히 연료통이나 연료탱크만 있으면 되는 석유와 구별되는 점이다.

낙관적으로 생각한다면 기술의 진보로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도 있다. 이러한 기대는 지금 테슬라 주식의 300이 넘는 주가수익비율(PER)로 표출된다. 아울러 2차전지 산업의 높은 기대감도 내연기관차 퇴출의 기대감을 반영한다. 테슬라의 주가는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상당 부분 대체한다는 가정에서 정당성을 가진다. 2020년 전기차 판매량은 약 300만대였으나, 내연기관차 판매량은 6380만대였다(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에는 7490만대였다). 이 숫자는 내연기관차가 모두 전기차로 대체되었을 때, 전기차 시장규모가 20배 이상으로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전기차 시대가 열리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선행돼야 한다. 첫째, 전기 생산에서 석탄 등 화석 에너지원이 퇴출돼 전력 생산의 저탄소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즉, 저탄소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비중이 증가해서 전기 생산에서 탄소 배출이 줄어야 한다. 현재 유럽 주요국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40~50%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고, 석탄 발전 비중이 10% 미만인 유럽의 환경에서 전기차는 충분히 친환경적이다. 유럽연합은 2035년 이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석탄 화력발전 비중이 30~70%인 한국, 중국, 인도,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 전기차 사용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석탄으로 생산한 전기로 자동차를 구동해도 탄소 감축 효과가 있을 수도 있으나, 그 효과는 유럽과 같이 저탄소 발전 비중이 높은 환경에 비할 수 없다.

둘째, 현재 휘발유, 경유 등 석유가 담당하고 있는 운송 에너지원을 전력 부문에서 감당하기 위해 전력 생산량 자체가 증가해야 한다. 또한 발전량의 증가는 송배전망의 대대적 증설과 시스템 개편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전기차 확대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증가하면서, 동시에 충분한 전기 공급량이 확보되어 전기 사용료가 하락하는 상황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내연기관 사용이 상당히 길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운송 부문에서 탄소 감축 노력은 전기차 확대 외에 기존 내연기관차 연비를 개선하고 배기가스를 줄이는 것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석유는 대체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휘발유와 경유는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또한 정유와 석유화학산업은 한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탄소 감축 노력에서 석탄과 석유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석탄은 퇴출이 지향점이나, 석유는 보다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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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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