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믿음기자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국밥 한 그릇, 카레 한 접시에서도 수많은 이야기와 생각, 우리가 몰랐던 음식의 뒷이야기들이 책 속에서 펼쳐진다. 식재료를 가지고 요리해 음식을 만들면서 동시에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요리하는 저자는 익숙지 않은 식재료나 요리를 소개하는가 하면 때론 익숙한 식재료와 요리를 낯설게 보기도 하고, 다른 나라의 식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내용을 소개하기도 한다.
옥수수 하면 알맹이만 먹고 옥수숫대는 버리지만 옥수숫대 속에 달콤한 즙이 들어 있다는 사실! 남미의 원주민들은 옥수수를 이용해 두 가지 술을 만들었다. 하나는 알맹이를 보리처럼 이용한 옥수수맥주 그리고 옥수숫대의 즙을 짠 옥수숫대술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미국 초기 정착민들은 이 옥수숫대술을 증류해서 마셨는데, 이것이 오늘날 버번위스키의 원형으로 알려져 있다. <31쪽>
버터는 크게 소금의 첨가 유무에 따라 무염, 저염, 가염 버터로 나뉜다. 소금을 첨가한 건 과거 버터의 부패를 늦추기 위해서였다. 요즘은 보존보다는 맛과 용도에 따라 구분한다. 약2%의 소금을 더한 가염버터는 무염 버터보다 훨씬 풍미가 강하다. 더 고소하고 맛이 좋다는 의미다. 빵에 펴 발라 먹는 용도라면 가염 버터를, 요리나 베이커리에 사용할 거라면 무염 버터를 선택하는 편이 낫다. 최근엔 버터 제조 과정에서 발효를 거쳐 산뜻한 산미와 미묘한 풍미를 첨가한 발효 버터도 찾아볼 수 있다. <71쪽>
사실 이탈리아에서도 파스타가 대중적인 음식이 된 건 비교적 근래의 일이다. 중세 무렵 아랍인들은 이탈리아 남부의 섬 시칠리아에서 건면 파스타를 생산했고, 북부에서는 생면 파스타가 등장했는데 당시 꽤 값비싼 식재료였다. 서민들이 파스타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된 건 18세기에 이르러서다. 산업화로 공장이 들어서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근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파스타가 공급되기 시작했고 배고픔을 해결하는 주요 음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94쪽>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 장준우 지음 | 북앤미디어 디엔터 | 1만6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