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르만 로맨스' 조은지 감독 '웃픈 코미디에 마음이 가요'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메이크업을 하고, 하지 않고. 차이는 그 정도가 아닐까요?"

조은지는 배우와 감독의 차이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심플하지만 많은 의미가 함축된 말로 입봉 소감을 대신했다. 카메라 앞이 아닌, 뒤에서 그는 "인간관계를 다룬 영화를 만들며 함께 성장했다"고 돌아봤다.

조은지 감독은 16일 진행된 영화 '장르만 로맨스' 인터뷰에서 "언론시사회를 앞두고 두려웠다"며 "끝난 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장르만 로맨스'는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과 만나 일도 인생도 꼬여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버라이어티한 사생활을 그린 영화다.

2000년 영화 '눈물'로 데뷔해 21년 차 배우인 조은지가 단편영화 '2박 3일'을 통해 제16회 미장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후 선보이는 첫 장편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이날 조 감독은 "첫 상업장편 영화를 선보이기 두렵고 설레고 떨리면서 기대된다"며 "시사회 전날 잠도 못 잘 만큼 긴장했는데 예매율 1위를 기록 중이라서 감사하다. 마치 꿈속에 사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장르만 로맨스' 시나리오를 받고 조은지는 배우 출연 제의인 줄 알았는데, 이내 감독 제의임을 알고 오랜 시간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상업 장편 영화의 메가폰을 드는 건 쉽지 않았다.

"연출 제안을 받고 마음보다 머리로 고민했다. '작품을 각색해볼 테니 결이 맞으면 진지하게 생각해보겠다'고 역으로 제안했다. 한 달 정도 각색 후 제작사 대표님께 보여드렸는데 맞는다는 답변을 듣고 2~3일 고민하다가 막연하게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면서 조 감독은 "마음 가는 대로 따라가야 후회가 적더라"며 "머리로는 쉽게 잊혀도 마음에는 남는 법"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원제인 '입술은 안 돼요'로 촬영을 마쳤으나, 개봉을 앞두고 '장르만 로맨스'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이에 관해 "촬영 당시 주민들이 제목을 듣고 야한 영화로 받아들이더라"며 "저한테 애정이 깊은 제목이긴 하지만, 관객에게 더 쉽게 다가가길 바랐다"고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는 베스트셀러 작가 현으로 변신한 류승룡을 중심으로 오나라, 김희원, 이유영, 성유빈, 무진성이 평범하지 않은 관계로 얽히며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연출 과정에 중점을 둔 부분에 관해 조은지 감독은 "관계와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각 인물을 확장해서 공감을 자아내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영화 촬영을 마친 후 나 역시 성장했다"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첫 연출이다 보니 촬영 과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함께 만드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았을까. 촬영 내내 나를 끊임없이 의심했다. 어떤 점에선 확신이 생겼지만, 또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나와의 싸움을 벌일 만큼 여유가 없었다. 좀 더 여유롭게 소통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아쉽기도 하다."

그러면서 그는 "지나고 나니 힘든 순간도 모두 의미 있게 다가온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배우 류승룡이 베스트셀러 작가 현으로 분해 '장르만 로맨스'의 중심을 묵직하게 잡는다. 천만영화 '극한직업'(2019) 이후 차기작을 고심하던 그는 후배 연기자이자 신인감독 조은지의 손을 주저 없이 잡았다.

감독은 "작품을 함께하며 많이 배웠다. 후배 연기자로서 촬영장을 빨리 파악하는 연기 감을 배웠다. 연출자로서는 편집하며 배우가 고민한 흔적을 많이 발견했다. 인물을 만나며 변하는 감정선에 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음을 알았다. 현장감과 고민이 조화롭게 이뤄져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생 선배로서 류승룡은 배려심이 깊다. 현장에서 제가 서투른 부분을 많이 채워주셨다. 분위기도 띄우고 상대 배우에게 맞게 감정마다 분위기를 잘 조성해주셨다"며 "굉장히 든든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연기로 제 몫을 다한 김희원에 관해서는 "작품 속 센 이미지와 달리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우연히 커피 한잔을 나눴는데, 정말 그렇더라. 말이 느릿하면서 사물이나 상황에 관해 섬세해 인상적이었다"고 캐스팅 배경을 전했다.

오디션에서 200대1의 경쟁률을 뚫은 배우 무진성은 7년째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 현(류승룡)의 위기의식을 자극하며 재미를 전하는 신예 유진으로 분했다.

그를 발탁한 이유를 묻자 조은지 감독은 "오디션장에서 거침없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영화 '굿 윌 헌팅'(1997)에서 '윌 헌팅'(맥 데이먼) 같은 느낌을 받아서 집에 돌아가는 배우를 붙잡았다. 다시 마주한 그는 '유진이겠다, 유진이다' 싶었다"고 떠올렸다.

조은지 감독의 이야기를 스크린에서 더 만날 수 있을까. 그는 "20대 때부터 글을 써왔는데, 무언가 해소하는 돌파구가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어느 날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썼는데 글을 본 지인들이 영화로 만들면 재밌겠다는 의견을 줬다. 그게 단편영화 '2박 3일'"이라고 연출 시작 계기를 전했다. 이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긴다면 계속 연출을 해보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떤 이야기에 마음이 가는지 묻자 그는 "부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굉장히 서로에 관해 잘 알고. 또 '알고 있다'고 확신하지만 그로 인해 더 알지 못하게 되는 부부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밝혔다.

조은지 감독은 "코미디가 항상 함께하면 좋겠다. 웃기고 슬프면서 현실을 반영한 코미디에 관객이 더 공감하지 않을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러한 장르 안에서 펼치고 싶다"고 했다.

사진=NEW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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