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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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이 끌리는 대로 일단 갔다. 그렇게 수상작을 모아 보니 여성 감독들이 있었다." 제78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한 봉준호 감독의 말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팔라초 델 치네마에서 열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여성 감독들의 약진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 영화제 주요 부문은 여성 감독들이 차지했다.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오드리 디완 감독의 '레벤느망'에 돌아갔다. 1963년 프랑스의 한 여대생이 의도치 않은 임신을 한 뒤 낙태를 결심하기까지 겪는 갈등을 세밀하게 그린 드라마다. '피아노(1993)', '여인의 초상(1996)' 등으로 유명한 제인 캄피온 감독은 신작 '더 파워 오브 더 도그'로 감독상을 받았다. 서부 영화의 틀을 빌려 여성과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묵직하게 비판했다고 평가된다. 배우 매기 질렌할은 감독 데뷔작인 '더 로스트 도터'로 각본상을 챙겼다. 두 딸을 향한 모성애와 자기 삶을 찾고 싶은 마음의 충돌을 진솔하게 담았다는 호평이 잇따른다.
봉 감독은 세 영화 모두 감동과 아름다움을 살리는 연출력이 돋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심사위원이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를 제일 감동시키고 영화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 작품들"이라며 "결과적으로 여성 감독들이 수상한 건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심사 주안점으로는 시대를 대변하는 주제 의식을 꼽았다. 봉 감독은 "클로지 자오 감독, 배우 비르지니 에피라·사라 가돈 등 심사위원 일곱 명이 제각각 관점과 취향을 갖고 있다"라면서도 "현시대의 어떤 주제를 말하고 있는지에 집중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느 한 명에 쏠린 것이 아니라 각각의 의견이 꽃을 피우면서 이런 결과가 만들어졌다"라고 강조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