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광기자
유병돈기자
정동훈기자
이정윤기자
[아시아경제 특별취재팀=고형광 팀장, 유병돈 기자, 정동훈 기자, 이정윤 기자] "‘세상 속에 나는 혼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작은 방에서 스러져갔던 이들…그들의 흔적을 보고 있으면 먹먹해지죠."
유품정리·특수청소 업체 ‘천국양행’의 이창호 대표의 얘기다. 그가 마주한 무연고 사망자들의 집은 조금 달랐다. 모든 인연을 끊어낸 채 삶의 마지막을 보내던 그들. 그들의 집에는 우울증·치매 관련 의약품과 소주병이 널브러졌고 부패한 음식들이 한켠을 차지했다. 이 대표는 "무연고 사망자의 집에서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부정한 흔적들이 많다"며 "자살은 아니지만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의뢰 대상도 우울증에 걸려 고독사한 이의 집이었다. 이 대표는 "1964년생으로 50대 중반의 여자 분이었는데 딸 둘을 시집 보내놓고 혼자 살다 고독사했다"며 "(사망자는)돌아가시기 전에 이불 속에 들어가서 안방 벽에다 큰 그림을 그렸다. 화가 고흐의 절규와 비슷한 형상의 그림이었다"고 말했다. 곡기를 끊은채 이불 속에서 발견된 이. 그의 밥솥에서는 곰팡이가 피었다.
이 대표는 2011년 유품정리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유품정리 전문업체가 없었다. 지인으로부터 남편의 유품 정리를 하면서 심적으로 힘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사업 가능성을 봤다. 2011년초 일본으로 건너가 일을 배웠다. 당시만해도 국내 유품정리 업계에는 일본 업체의 한국지사 정도가 사업을 하던 때였다. 유품정리 사업을 시작한 최초의 한국 업체는 천국양행이라는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과거 석면 철거 사업을 할 때 쓰던 음압기(내부의 압력을 외부보다 낮게 유지해 공기가 안에서만 흐르도록 유도하는 장비)와 방진복 등을 활용해 일을 했다"며 "당시만 해도 유품정리 사업을 한다고 떳떳이 말하지 못했는데 최근에는 인식이 달라져 오히려 자랑스럽게 말한다"고 웃어보였다.
유품정리는 죽음의 흔적을 닦아내고 치우는 일이다. 10년간 이 일을 하면서 그는 죽음 앞에서 외려 무덤덤해졌다. 여름철 부패한 시신에서 나온 노폐물을 마주하지만 이 대표는 "이제는 아무렇지 않다"고 말했다. 외려 생애의 끝을 정리하는 일을 돕는다는 점에서 보람차다고 한다. 이 대표는 "유족들이 못하는 일들이 하다보니 대개 저나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며 "유족들과 고인의 인연이 담겨있는 유품을 전달하때는 유족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남아있는 현금이나 보석 등을 찾으려 집안을 뒤지는 유족들로부터는 비정함을 느낄 때도 있다. 이 대표는 "생전 집을 생전 찾지도 않았을 친척이 집안을 마구 어지럽힐 때는 ‘이래서는 안되는데’라며 고개를 젓기도 한다"며 "(금전보다도)죽음에 먼저 예절을 갖췄으면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유품정리 사업을 자신의 생애에서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어느 누구나 다 혼자고 죽음이 언젠간 나의 일이 된다"며 "안타까운 무연고, 고독사를 막고 많은 사람들이 평안한 삶의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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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