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볼펜' 만든 '빅' [히든業스토리]

1945년 마르셀 비크가 설립한 '빅'
잉크 새고, 불편했던 볼펜 상용화한 기업
'저렴한 가격, 긴 수명, 좋은 품질' 원칙
소비자 일상서 없어선 안되는 물품 돼

빅 크리스털 볼펜./사진=빅 공식 홈페이지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타자기, 복사기와 더불어 문구 3대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볼펜의 역사는 프랑스 '빅(BIC)'사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엔 메모를 위해 컴퓨터·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면 되지만 과거엔 꼭 필기도구가 필요했다. 특히 볼펜은 붓, 연필, 만년필 등의 불편함을 개선해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꺼내쓸 수 있는 필기도구로 지금까지도 애용되고 있다.

볼펜은 지난 1938년 헝가리의 신문기자 라슬로 비로가 발명했으나 낮은 품질과 비싼 가격 때문에 널리 이용되진 못했다. 빅은 이런 볼펜의 문제점을 해결해 대중적으로 상용화시킨 기업이다. 세계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볼펜을 만든 빅만의 비결은 무엇일까?

◆ 수레바퀴에서 찾아낸 아이디어

'빅(BIC)'사 로고/사진=빅 홈페이지

빅의 창립자인 마르셀 비크는 지난 1914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났다. 이후 프랑스로 건너간 마르셀은 학업을 마친 후 펜과 잉크를 만드는 회사에서 제조 업무를 맡았다. 그러다 1945년 동업자인 에두아르 뷔파르와 함께 만년필 부속품을 만드는 공장을 설립했고, 이것이 빅의 시초이다.

마르셀이 빅을 설립한 목적은 원래 볼펜을 생산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볼펜을 사용한 사람들로부터 필기감이 좋지 않다는 불평을 들었고, 일상적으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당시의 볼펜은 글씨를 쓸 때 잉크가 쉽게 새 옷이 금세 더러워졌고, 가격은 품질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쌌다. 미국에서는 볼펜 한 자루가 12.5달러(약 10만원)에 팔렸을 정도였다.

마르셀은 어느 날 정원용 손수레를 보고 수레바퀴의 원리를 적용하면 볼펜의 필기감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는 그 후 2년간 볼펜 개발에 몰두했고, 스위스 시계 제작에 사용하는 1/100mm 단위 초정밀 공정이 가능한 기계로 지름이 겨우 1mm인 스테인리스 볼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마르셀은 비로의 볼펜 발명 특허 사들였고, 1950년 12월 빅의 첫 번째 제품인 '크리스털 볼펜'을 출시한다.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되자마자 매일 1만개 이상, 3년 후에는 하루 25만개가 팔려나가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빅은 크리스털 볼펜을 시장에 처음 내놓은 지 55년만인 지난 2005년 1000억개 이상의 볼펜을 판매했다고 밝혔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펜으로 기록되게 됐다. 빅 볼펜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초당 57자루가 팔리는 등 볼펜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 '가벼움, 긴 수명, 좋은 품질' 원칙 지킨 철학

빅 볼펜이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이전의 볼펜과는 달리 잉크의 배합이 적절했고, 오랫동안 글씨를 쓸 수 있는 데다 필기감까지 부드러운 덕분이었다. 기존의 값비쌌던 볼펜과 달리 가격 또한 29센트(약 300원)로 무척 저렴했다. 가벼움, 긴 수명, 좋은 품질 을 유지하는 것이 빅의 인기 비결이었던 셈이다.

이 같은 원칙은 빅에서 만드는 다른 제품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빅은 볼펜의 상업적 성공 이후 면도기, 라이터 등 일상생활에서 밀접하게 쓰이는 제품을 생산했는데, 모두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최고의 품질을 제공한다'는 마르셀의 경영 철학을 따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빅'에서 출시한 라이터는 감각적인 디자인과 색상, 작은 크기, 3000번 이상 점화가 가능한 긴 수명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품질이 뛰어나다고 인정받은 제품이기도 하다. 고가의 명품도 아니고, 화려한 디자인을 갖춘 것도 아니지만 일상에서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 빅이 오랜 시간 동안 소비자를 설득했던 매력인 것이다.

빅에서 만드는 미니 라이터 ./사진=빅 홈페이지

◆ 환경까지 생각하는 기업

빅은 볼펜의 성공 이후 유럽은 물론 세계 각국 다양한 나라로 진출했고, 현재 160여개국에서 9300여명의 임직원을 거느리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환경이 중요한 사회적 화두가 되고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일회용품을 주로 생산했던 '빅' 역시 환경 문제 관련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빅'은 지난 2003년부터 재활용이 불가능한 원자재 사용을 감축하고, 친환경적 소재를 찾아내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장재 사용 역시 최소화하는 동시에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제작한다.

실제 빅에서 처음 출시한 크리스털 볼펜은 불필요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덜어내 초기 16g이었던 무게를 6g에 불과할 정도로 줄였다. 제품 제작에 들어가는 원자재와 에너지 사용이 줄면서 비용은 더욱 절약되고, 사용자 역시 더 가벼워진 볼펜을 사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빅은 지난 2009년 프랑스의 경제 전문지 L'AEGEFI에서 선정하는 '사회적 책임 분야'에서 3위, 2011년에는 '기업 투명성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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