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훈기자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약 보름에 걸친 미국·일본 출장 강행군을 펼쳤다. 정 회장은 미국에선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 계획, 미래 모빌리티 사업 구상 등을 점검하는 한편 도쿄올림픽이 진행 중인 일본으로 이동해선 양궁 국가대표팀을 격려·지원하고 수소기술 발전 양상을 체험하는 등 숨가쁜 시간을 보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전날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달 16일 전용기편으로 미국·일본 출장길에 오른 지 16일 만이다.
미국은 올 들어 정 회장이 세 차례 연속 출장지로 선택한 핵심 시장이다. 정 회장은 이번 출장길에서 일주일이란 짧은 시간 동안 뉴욕, 워싱턴, 디트로이트 등을 찾고 미국 정재계와 자동차 업계 관계자를 만났다. 정 회장은 기존 발표한 대규모 대미 투자안을 재점검하는 한편 미래 모빌리티 사업과 관련한 구상을 이어 나갔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서 미국 현지에 전기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와 관련해 74억달러(약 8조5000억원)를 투자키로 했고, 이와 관련해 지난 4, 6월 출장 당시에도 현대차 앨라바마 공장, 자율주행 기업 모셔널,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직접 방문한 바 있다.
디트로이트에선 일가족과 함께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2020·2021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 참석했다. 한국인이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회사로서도, 가족으로서도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정 회장은 미국 일정을 마치자 마자 도쿄올림픽이 진행 중인 일본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아온 정 회장은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국가대표팀의 경기에 매번 모습을 드러내며 선수단을 격려하고 지원했다.
고(故) 정주영 창업주,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3대째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아 양궁을 후원 중인 정 회장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양궁 국가대표팀이 금메달 4개를 획득하는 쾌거를 이루는 데 물심양면으로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정 회장은 "양궁인 모두가 함께 이룬 성과"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코로나19에 따른 일본 현지의 방역지침으로 경기장·숙소 외엔 이동이 제한됐지만, 정 회장이 완성차 산업 최대 경쟁국 중 하나인 일본의 친환경차·자율주행차 기술력을 직·간접 체험하는 등 무형의 소득을 얻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이 이번 도쿄올림픽을 자국 기술력 홍보의 장으로 보고 최신 모빌리티를 투입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까닭이다.
실제 토요타는 자율주행 레벨4 수준의 무인자율주행차인 ‘e-팔레트’ 16대를 선수촌 내 셔틀버스로 운영 중이며, 수소전기차(FCEV) ‘미라이’ 500대를 지원했다. 정 회장은 "전기차, 수소차, 관련 인프라 등을 볼 기회였는데 방역 때문에 많이 다니지 못했다"면서도 "이동 간에 (최신 기술과 관련된 부분을) 봤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미국 시장에선 사상 처음으로 판매대수 80만대를 넘겼고, 유럽에선 약 40만대를 판매해 BMW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4위로 올라섰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현대차그룹에 실적 ‘훈풍’이 세게 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엔 반도체 수급난도 일부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고, 현대차 노사는 3년 연속 무분규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에 성공하면서 리스크를 줄였다. 정 회장은 "자동차 판매는 매우 잘 되고 있고, 미국의 경우 고점을 찍었다고 본다"면서 "백신 접종이 늘며 사람들이 일상 생활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지속적으로 시장은 호황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