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부당수급 보험금반환청구권 5년의 상사시효 적용'… 종전 공제금 관련 판결 변경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부당하게 받아간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는 민법상 10년의 소멸시효가 아닌 상법상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돼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보험회사가 반환을 구하는 보험금이 상사계약인 보험계약의 이행으로 지급된 것인 데다가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얽혀있을 가능성이 커 신속히 법률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전문적 지식을 가진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 판결이다.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교보생명보험 주식회사가 손모씨와 아들 김모씨를 상대로 낸 보험계약 무효확인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손씨는 2005년 3월 자신을 보험계약자 및 수익자로, 아들 김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교보생명과 체결했다.

보험계약의 내용은 김씨가 상해 또는 질병으로 입원할 경우 교보생명으로부터 입원일당 등을 지급받는 것이었다.

이후 김씨는 안면신경마비 등을 이유로 2007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45회에 걸쳐 849일간 입원치료를 받았고, 손씨와 김씨는 교보생명으로부터 각각 5270만원, 385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하지만 확인 결과 교보생명과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이후에도 이들은 신한생명, 삼성화제, 엠지손해 등 무려 8곳의 보험회사와 김씨를 피보험자로 한 유사한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드러났다.

교보생명은 이들이 비슷한 시기 같은 내용의 보험계약을 다수 체결한 점을 근거로 보험금을 노린 것이라고 판단, 보험계약의 무효를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내며 이미 지급받은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했다.

1·2심은 손씨 등이 보험금을 노리고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고 교보생명과의 보험계약은 민법 제103조에서 규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손씨와 김씨가 지급받은 보험금은 부당이득에 해당돼 반환해야 하고 지연손해금도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문제는 소멸시효였다. 손씨 등은 설사 민법 제103조에 반해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교보생명이 갖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대해서는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손씨 측 항변에 대해 교보생명은 "이 사건 보험계약이 민법 제103조에 따른 무효임을 원인으로 하는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민법상 일반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보험계약은 원고의 기본적 상행위라 할 것이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도 이처럼 상행위에 해당하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초한 급부가 이뤄짐에 따라 발생한 것이라는 점과 법률관계를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보험계약이 무효로 됨에 따라 원고가 갖게 되는 부당이득반환채권에 대하여는 상법 제64조가 정하는 상사소멸시효기간인 5년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손씨와 김씨에게 5년의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을 제외한 나머지 보험금인 1991만원과 385만원을 각각 교보생명에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종래 대법원은 상사계약이 무효인 경우에 발생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지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상사계약에 기초해 이뤄진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으로서 여러 사정에 비춰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에는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유추)적용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재판부는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보험계약이 민법 제103조에 따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인 경우,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 등을 상대로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을 구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상법 제64조를 유추적용하여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재판부는 "보험회사가 반환을 구하는 보험금은 상사계약인 보험계약의 이행으로 지급된 것이고, 이런 종류의 사안은 다수의 보험계약, 다수의 보험회사가 관련되므로 그 법률관계를 정형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지급의무와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의무는 서로 대가관계에 있고 보험회사는 전문적 지식을 가진 자로서 보험계약자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보험회사의 보험금반환청구권에만 장기인 10년의 민사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보험계약이 무효인 경우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반환청구권에 3년의 단기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되도록 한 상법 제662조는 보험계약 특성 등을 고려한 입법적 결단에 의한 것이어서 문언상 보험회사의 보험금 반환청구권에 적용될 수 없음이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유사한 사례에 대해 10년의 민사소멸시효를 적용한 종전 판결을 변경했다.

재판부는 "이와 달리 공제계약이 무효인 경우 공제회사가 갖는 공제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10년의 민사시효가 적용된다고 판시한 2016년 10월 27일 선고, 2014다233596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변경한다"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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