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 벤처1세대, ‘돼지의 품격’을 높이다

진교문 이지팜 대표 인터뷰
IT와 농·축산업 접목한 애그테크 선두주자
양돈농가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 생산-소비 전 이력 추적
산지유통센터에 스마트팩토리 모델 적용, 농가 생산성 향상 효과

1세대 벤처사업가인 진교문 이지팜 대표는 “플랫폼으로 대변되는 IT산업이 레드오션인데 반해 농업 분야는 기술혁신이 요구되는 새로운 시장인 점에 주목해 애그테크에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 = 김희윤 기자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생산량이 핵심인 양돈 업계는 최근 비육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IT 기술을 도입해 돼지의 품질을 높이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지팜은 이런 시장의 수요에 주목, 양돈 현장에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IT기술을 적용한 솔루션 ‘피그플랜’을 보급하면서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모돈이 새끼돼지를 낳는 순간부터 성장 후 판매, 소비까지의 이력을 투명하게 추적해 효율적인 돈사 경영을 돕는 피그플랜은 이미 국내 양돈 농가 10곳 중 4곳에서 도입해 사용할 만큼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진교문 이지팜 대표는 “플랫폼으로 대변되는 IT산업이 레드오션인데 반해 농업 분야는 기술혁신이 요구되는 새로운 시장인 점에 주목해 애그테크에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진 대표는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 졸업 후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를 거쳐 온라인 교육기업 아이빌소프트를 창업해 상장시킨 1세대 벤처사업가다.

설립 21년 차를 맞은 이지팜은 농업, 축산업 농가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맞춤형 IT솔루션을 선보여 왔다. 특히 피그플랜은 데이터 기반의 체계적 축산 경영이 생산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숫자로 입증했다. 이지팜에 따르면 2020년 피그플랜 사용 농가의 PSY(모돈 1마리당 연간생산 두수)는 2010년 21.7두보다 1.8두 증가한 23.5두를 기록했다. 국내 평균에 가까운 대한한돈협회의 한돈팜스 사용 농가를 분석한 2020년도 PSY 21.5두 대비 2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두수와 출하 두수 간극 좁히는 AI기술

양돈 농가에서는 PSY와 MSY(모돈 1마리당 출하 두수)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오랜 숙제로 남아있었다. 국내 양돈 농가의 평균 PSY는 21두인데 반해 평균 MSY는 17.9두로 1년에 약 3마리가 폐사되는 실정이다. 이지팜은 피그플랜으로 모돈을 집중 관리해 생산 두수를 늘리고, 태어난 새끼가 폐사하지 않고 잘 자랄 수 있도록 빅데이터 기반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했다. 실시간으로 수집된 개별 돼지의 데이터는 블록체인에 기록해 관리한다.

전국 3300여 곳의 양돈농장 중 1319곳에서 사용 중인 피그플랜은 현재 43만4113마리의 모돈을 관리하며 12억 건의 누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진 대표는 “PSY를 높이기 위해 모돈 관리에 집중했던 것과 같이 MSY를 높이기 위해 비육돈을 인공지능으로 관리하는 솔루션 개발이 현재 마무리 단계로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이지팜은 스마트팜 사업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농지 규모가 작고 연간 수익도 낮은 국내 농업 현실에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스마트팜 사업은 항상 소비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에 이지팜은 생산 현장 대신 산지유통센터에 주목했다. 진 대표는 “수급을 장담할 수 없는 생산성 향상보다 이를 복합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산지유통센터, 미곡종합처리장, 농산물가공센터 등 거점기관에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농가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정보화 사업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지팜이 구축한 블록체인기반 생산유통관리 시스템. 그래픽 = 이진경 디자이너

산지유통센터에 스마트팩토리 개념 도입

일례로 토마토 농장의 환경데이터와 산지유통센터의 출하등급 데이터를 대조해 각 농가 간 어떤 차이가 있는지, 또 생육과정 중 특이사항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식이다. 데이터농업 구축 모델을 제시한 이지팜의 솔루션은 농업 빅데이터 생태계의 성장을 시사했다. 진 대표는 “산지유통센터의 농가계약과 입고, 저장, 선별, 출하에 IoT 기반 선별기와 블록체인, 글로벌 표준 바코드인 GS1을 적용한다면 여기서 정보화하고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향후 물동량과 가격을 예측하는 유통지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며 “산지유통센터를 통해 생산부터 소비까지 밸류체인 전 단계 데이터를 수집해 통합을 실현하는 것이 우리나라 농업 현실에 가장 맞는 한국형 스마트팜이다”고 강조했다.

이지팜은 투명한 농축산물 이력관리를 위해 2018년에 블록체인 개발에 착수해 올해 초 블록체인이 결합된 농산물생산소비관리시스템 ‘블로서리(BLOCERY)’를 선보였다. 블로서리 솔루션을 활용한 농식품의 이력관리와 예약 구매 등 계약이 늘어날수록 스테이킹되는 토큰의 규모도 증가해 그 가치가 상승한다는 게 이지팜 측의 설명이다. 가상화폐로도 거래 중인 블로서리는 빗썸과 고팍스에 원화상장 되는 등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진 대표는 “매년 16억 톤, 1500조원 어치에 달하는 식품이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에서 버려지고 있는데, 이는 공급망 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향후 블록체인과 빅데이터, AI 등 IT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으로 투명한 농축산업 공급망을 구축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 진출과 토큰 이코노미 확장으로 애그테크 선두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지팜 기업정보. 그래픽 = 이진경 디자이너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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