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우디 등 중동 내 미사일·전투기 등 전력 감축'

주요 외신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방공자산 등 장비·병력 중동 철수 지시"

중동 상공을 날고 있는 미 공군 B-52 전략폭격기(오른쪽)와 이를 엄호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공군 F-15s 전투기 편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미사일 방어체계와 병력을 감축한다. 대외전략 중심을 대중국 대응에 두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군사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18일(현지시간) CNN과 정치 전문지 더힐 등에 따르면 제시카 맥널티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올여름 방공자산을 비롯한 일부 장비와 병력을 중동지역에서 철수시키라고 중부사령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미사일 방어체계를 축소하기로 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WSJ은 관계자를 인용해 "국방부가 사우디와 이라크, 쿠웨이트, 요르단 등 중동지역에서 패트리엇 대공미사일 8개 포대를 철수시킬 계획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도 철수되며 중동지역에 배치된 전투비행중대도 감축된다.

맥널티 대변인은 주둔국과 밀접한 조정 끝에 감군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오스틴 장관은 지난 2일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통화에서 감군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중동에서 철수시킨 병력과 장비 재배치 계획을 대외비로 유지할 계획이다. 맥널티 대변인은 "파트너국을 존중하고 작전보안을 유지하고자 중동지역 병력과 장비의 철수 시점이나 일정, 재배치지역 등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WSJ은 "사우디에서 철수하는 패트리엇 미사일이 반드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재배치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비를 위해 패트리엇 미사일과 운영, 경비 인력을 미국에 복귀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봤다.

한편, 미국은 중동지역 주둔 병력을 줄여가고 있다. 오는 9월 11일 전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군하기로 하고 지난달 1일 철군을 시작했다.

미군이 중동지역에서 감군을 결정한 배경엔 이란과 갈등이 악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추진하며 의견일치에 도달하면 대이란 제재를 풀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미국은 현재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에 맞서 전 세계 미군 배치를 재검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WSJ은 "미군 배치 재검토가 다음 달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국방부는 이미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하고자 움직이고 있다"고 짚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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