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임대인도 힘든데..' 9개월 월세 밀려도 명도소송 못해, 3월 이후 '부메랑' 우려

9월 상가임대차법 특례 영향
명도 소송 이유있는 감소
임대인에 부담 떠넘기는 격
임차인도 상환시점만 길어져
실효성 크지 않아 논란 지속

19일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불황을 겪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패션타운 대형쇼핑몰 내 점포들이 비어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패션잡화로 상징되는 동대문 상가도 비어가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동대문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0.8%로 조사됐다. 동대문 상권 공실률은 2분기를 기점으로 계속 상승 중이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문제원 기자] 경기도의 한 유통단지내 점포를 소유한 A씨는 지난해 9월부터 7개월 연속 임대료가 밀린 임차인 때문에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월세 300만원 중 대출 원리금과 이자, 관리비를 빼고 남은 80만원과 자녀 용돈이 유일한 소득원이기 때문이다. A씨는 명도소송을 준비하러 변호사를 찾았다가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 특례에 따라 계약해지 사유가 안돼 승소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말을 들었다. 일단 내용증명부터 보내고 3개월 더 기다린 뒤 명도소송을 진행키로 한 A씨는 "소송이 늦춰진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법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으로 생계형 임대인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특례에 따라 법 개정 시점으로부터 6개월(2020년 9월29일부터 2021년 3월28일)간 임차인이 월세를 연체해도 계약 해지나 계약 갱신 거절을 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계약해지나 갱신거절은 3기의 임대료 연체 조건이면 가능했지만 이 요건이 최장 9개월로 늘어난 것이다. 이때문에 임차인을 강제 퇴거시키기 위한 ‘명도소송’ 수는 줄었지만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건물이나 점포를 경매에 내놓거나, 보증금을 대폭 올리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임차인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지만 갚아야 할 돈이 연체이자가 붙은 채로 상환시점만 길어지는 셈이라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임대인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 등에는 이같은 문제를 호소하는 글이 다수다. 경기도 파주에 상가를 가진 B씨의 경우 올해 1월부터 이달까지 넉달간 월세를 받지 못했다. 연체가 계속되면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상가가 경매에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인데 임대인은 연초부터 연락두절 상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대법원의 ‘민사본안(1심) 건물명도·철거 사건(명도소송) 접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명도소송 접수건수는 총 2119건으로 1년전(3148건)대비 32.7% 줄었다. 지난해 7월(2925건)만 하더라도 3000건에 육박하던 월별 명도소송 건수는 9월 2858건으로 감소했고, 10월 2531건으로 떨어지더니 올 1월 2460건, 2월 2119건까지 줄어들었다. 법 시행 직후인 10월 이후 명도소송이 급감하면서 지난해 전체 명도소송 건수는 3만3813건으로 1년전(2019년·3만6709건)대비 4.9%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임차인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부담을 임대인에게 모두 떠넘기는 건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생계형 임대인이나 법인 명의 임차인의 경우 추심이 쉽지 않아 어려움을 호소하는 임대인들이 많다"면서 "9개월 연체 이후에야 명도소송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이후엔 지연된 부채에 대한 추심 소송이 급격히 늘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 위기 상황을 감안해 한시적으로 도입된 취지는 이해하지만 임대인 일방의 희생을 강요할 게 아니라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줘, 손해를 보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임차인들도 혜택을 체감하기 쉽지 않은 구조란 지적도 있다. 추후 보증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통상 임차인들은 9~10개월 보증금을 내고 들어오기 때문에 최대 9개월까지 연체가 가능해져도 추후 보증금에서 차감되는 경우가 많다"며 "결론적으로 임차인에게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효과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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