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선기자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집밥 열풍에 힘입어 케첩과 마요네즈 중심의 소스류시장에 세계 각국의 소스가 침투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요리를 즐기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요리에 곁들일 수 있는 다양한 소스를 찾고 있어서다.
3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소스류시장 규모는 약 1조8000억원으로 6년 전(2014년)보다 40% 늘었다. ‘집밥’ 문화가 정착되면서 B2B(기업 간 거래)와 B2C(기업·소비자 거래)가 커지고 있다. 올해 시장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재미있는 점은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스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18년까지만 해도 소스류는 약 80%가 B2B에서 판매됐다. 지난해는 B2C가 늘면서 B2B와 B2C의 비중이 70대 30으로 변화했다. 소스류시장은 가정간편식(HMR)시장의 성장세로 소스만 넣으면 요리가 완성될 수 있도록 기존에 간장, 고추장, 일반 양념 등 1차원적 소스에서 여러 재료를 섞은 만능형 소스 제품들이 출시돼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 스리라차, 라조장, 마라 등 중국·동남아시아 소스에 대한 관심도 증가 추세다.
소스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업체는 대상, 동원홈푸드, 오뚜기, CJ제일제당, SPC삼립 등이다. 대상의 지난해 소스 및 드레싱류 매출은 전년 대비 31% 늘었다. 파스타 소스가 50%가량 성장했다. ‘싱글파우치 파스타 소스’의 판매는 무려 150%가량 성장하며 선두에 섰다. 크림 스파게티 소스도 약 10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상 청정원은 이탈리아 각 지역의 정통 레시피와 원재료를 그대로 살리면서 파스타 소스시장 점유율 약 40%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굴소스는 가정에서 볶음요리와 볶음밥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며 매출이 전년 대비 39% 성장했다.
해외여행이 제한되며 이국적인 맛을 느낄 수 있는 제품들도 인기를 끌었다. 피넛 월남쌈 소스와 전통 월남쌈 소스의 지난해 판매율이 전년 대비 각각 36%, 33% 증가했으며 스테이크 소스도 47% 더 팔렸다. 지난해 레토르트 카레, 짜장 판매율 또한 크게 늘었다. 약 43%, 26%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배달 음식의 원조 격인 짬뽕(41%)과 짜장(24%) 분말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동원홈푸드는 HMR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소스시장 규모도 커질 것으로 보고 생산능력을 확대했다. 회사는 2019년 1900억원 규모의 소스류 매출을 2023년까지 3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뚜기는 기존 제품들을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소스류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공략 중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대표적 푸드시장인 미국에서 소스류시장 규모는 2018년 258억달러에서 지난해 310억달러로 성장했다. 국내 소스 제품 가운데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고추장과 쌈장이다. 고추장 등을 포함한 미국 내 칠리소스시장 규모는 2018년 7억6930만달러에서 지난해 9억7330만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버거 브랜드인 쉐이크쉑은 올해 신메뉴로 고추장 소스를 바른 닭가슴살 버거와 고추장 치킨너겟, 감자튀김을 내놨다. 고추장 닭가슴살 버거에는 ‘김치슬로’를 곁들였고, 너겟과 감자튀김에는 고추장 마요네즈 소스를 제공한다.
고추장을 생산해 판매하는 CJ제일제당과 대상은 소스류를 올해 미국시장에서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꼽고 적극 공략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현지에 맞게 고추장·쌈장 소스의 매운맛을 낮췄고, 대상은 테이브 소스처럼 뿌려 먹도록 고추장에 물성을 더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에이치에스 마킷의 미국 소스류 수입 동향을 보면 한국산 수입액 규모는 2018년 2698만달러에서 지난해 3593만달러로 성장했다. KOTRA 측은 "비빔밥, 한국식 후라이드 양념치킨, 불고기와 같은 인기 한식 메뉴를 집에서도 즐기고 싶은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쌈장, 고추장, 간장, 불고기 소스의 판매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