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수에즈운하 봉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중동에 주둔 중인 미 해군까지 투입할 상황에 처했습니다. 지금까지 수차례 교통사고나 전쟁으로 인해 수에즈운하 봉쇄를 겪은 이집트 당국도 역대 가장 큰 배가 가로로 운하를 통째로 막고 있는 현 상황은 처음 겪는 일이라 좀처럼 사고수습을 못하고 있죠. 이로인해 수에즈운하 통과 가능여부에 따라 선박 제조에 적용돼온 규격인 '수에즈막스(Suez-max)'에도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아직 사고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 향후 조사로 나올 책임소재에 따라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배의 규정이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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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등 외신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중동에 주둔 중인 미 해군 준설작업 전문가들이 수에즈운하를 가로막고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 Given)호의 좌초 현장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정부는 이집트정부의 사고수습 지원요청에 따라 전문가들을 파견해 배를 인양할 방안을 논의하기로 결정했죠. 전세계 물동량의 30% 이상이 움직이는 수에즈운하가 막히면서 물류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 수차례 사고를 수습한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도 이번 사고를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사마 라비 SAC 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날까지 준설선을 동원해 뱃머리가 박힌 운하 제방에서 2만㎥가량의 모래와 흙을 퍼냈다"며 "총 14대의 예인선을 투입해 작업 중"이라고 설명했죠.
그럼에도 좌초 선박은 좀처럼 꼼짝을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에버기븐호의 크기가 지금까지 수에즈운하에서 발생한 각종 사고 선박들보다 2배 이상 큰 배라 SCA가 가진 장비와 능력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죠.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미 해군 CV-59 포레스탈 항공모함의 모습[이미지출처=미 해군]
이번 사고로 대형선박을 건조할 때의 기준인 이른바 '수에즈막스'가 적정한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죠. 수에즈막스란 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 선박을 일컫는 말로 대형화물선이나 유조선의 크기를 분류하는 규격으로 쓰이는 용어입니다. 수에즈막스는 보통 선박 최대 폭을 약 64m 정도, 무게는 약 13만~20만t급의 배를 일컫죠.
이외에 모든 항구에 쉽게 입항할 수 있는 '핸디사이즈(Handy-size)'부터 수에즈운하보다 좁은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파나막스(Panamax)', 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수 없어 남아프리카 우회항로를 이용해야하는 '케이프사이즈(Cape-size)' 등 다양하게 나뉩니다. 이번에 좌초된 에버기븐호는 컨테이너 무게까지 총 22만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수에즈막스 규격에 들어오는 배 중 가장 큰 화물선 크기로 알려져있습니다.
아직 사고원인이 정확하게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고원인이 무엇으로 지목되느냐에 따라 향후 수에즈운하에 들어오는 배들에게 더 강한 규제가 생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죠. CNBC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고원인은 수에즈운하 일대에 몰아친 초속 50m급의 강한 강풍,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실수나 운전미숙, 출항 전 선박의 정비문제 등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배송지연에 따른 피해선박이 워낙 많은 상황이라 사고 수습 후부터 초대형 소송전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