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K, 전기차 충전 상장사 '에스트래픽' 인수 나섰다

전기차 확산 중요한 인프라 '충전소' 사업·밸류체인 구축 수익성 도모
최태원 회장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전략과 부합한 M&A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SK가 전기차 충전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에스트래픽 인수에 나섰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가 에스트래픽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K와 에스트래픽은 곧 비밀유지 계약(NDA; Non-Disclosure Agreement)을 체결할 예정이다.

처음 인수 주체자는 SK이노베이션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에스트레픽 인수를 위해 지난 몇개월동안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에 위치한 에스트래픽을 직접 방문해 실사 작업을 벌였다. 이후 내부적으로 인수 잠정 결정을 내렸고 최종 절차만 앞두고 있었다. 당시 인수 규모는 300억원에서 5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에서 진행중인 '배터리 소송'이 찬물을 끼얹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에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합의금으로 3조원 이상을 요구하면서 인수 자금 확보에 비상등이 켜져 주금 납입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지주사 SK에 직접 투자 집행을 요청했다. 실사 결과를 넘겨 받은 SK는 현재 내부적으로 인수를 위한 막판 회의를 벌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의 에스트래픽 인수 의지가 강해 NDA를 체결했고, 계약서 날인까지 이르렀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소송에 따른 합의금 문제로 주금 납입 등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이후 SK이노베이션이 지주사 SK에 직접 투자 집행을 요청했고, 현재 SK의 최종 인수 결정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시장에서는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SK가 에스트래픽에 눈독을 들인 이유는 커지는 전기차 시장에 사업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서다. 에스트래픽은 전기차 충전 과 자율주행차 플랫폼 사업을 펼치는 기업이다. 2017년에 진출한 전기차 충전 솔루션 사업은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성과를 냈다. 2018년 정부의 '완속충전기 구축 충전사업자' 공모에 선정됐고 이후 환경부와 경기도, 산업통산자원부로부터 전기차 충전 사업자로 뽑히며 인프라 구축에 일조했다. 이 시장에 후발주자로 들어왔지만 빠르게 확장하면서 순수 민간 사업자로는 가장 많은 1400여대 이상의 충전기를 구축했다. 전기차 충전 사업은 중앙에서 원격으로 운영하는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하이패스와 차량번호판인식 솔루션(ANPR)을 이용해 간편 인증 제휴카드를 연계한다. 이마트와 BGF리테일 등 전국에 네트워크를 보유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충전소 보급을 진행 중이다. 교통 시스템 통합(SI) 사업을 영위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앞세워 자율주행차 플랫폼 구축 사업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SK가 에스트래픽을 인수하면 전기차 시장 확대에 가장 중요한 충전소 사업을 영위할 수 있고 나아가 전기차 사업의 밸류체인(2차전지 생산 ‘SK이노베이션’·전기차 충전 사업자 ‘SK에너지’ 등)을 구축할 수 있어 안정적인 사업을 도모할 수 있다. SK는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전기차 생산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친환경 전기차 확산에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바로 전기차 충전 설비라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에스트래픽은 이미 SK와 호흡도 맞추고 있다. 2019년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와 친환경 에너지 사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SK주유소와 내트럭하우스에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추진해온 것.

SK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전략과 부합한다는 점도 이번 인수 추진의 배경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크고 작은 인수·합병(M&A) 등을 적극 주문하면서 ESG 경영을 위한 계열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수소 인프라 투자와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 등을 통해 수소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해 글로벌 1위 수소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특히 세대 최대 규모인 액화수소 3만t을 공급할 수 있는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것과 별도로 2025년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소 100곳을 만들어 연간 8만t 규모의 액화수소를 공급할 방침이다. 에스트래픽이 가장 많은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고 설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수에 성공하면 SK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 구축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는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에스트래픽은 "협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산업계가 전기차 충전 사업에 많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인수를 추진중이다. 롯데, 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들 역시 전기차 충전소 사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는 롯데하이마트, 신세계는 신세계I&C, 현대백화점은 현대퓨처넷을 통해 전기차 충전소 관련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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