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쿠' 운전자들 위협하는 도로 위 '포트홀' 대책 없나

도로 곳곳 움푹 파인 구멍 '포트홀'
밟고 지나가다 타이어 파손되고, 핸들 꺾이고
전문가 "운전자에게 위험한 유해 요소 중 하나…더 세밀하게 살펴봐야"

도로 곳곳에 생긴 포트홀. 도로 중간이 움푹 패여 있어 위험해 보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주미 기자] 도로 위 곳곳에 생기는 구멍 '포트홀'이 운전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포트홀은 해빙기에 많이 발생해 다가오는 봄철, 사고 방지를 위해 신속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는 포트홀은 큰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주요한 원인으로 보다 더 완벽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8년 6월 경기도 평택에서 5t 덤프트럭이 마주 오던 승용차와 충돌했다. 사고 현장에는 움푹 파인 구멍, 포트홀이 있었고 이 사고로 50대 운전자는 사망했다. 차가 도로 밖으로 튕겨 나가거나 다른 차로로 침범하는 상황을 일으킬 수 있는 포트홀의 위험성이 현실화한 사고다.

포트홀은 도로 일부가 부서지면서 냄비(Pot)처럼 생긴 구멍(Hole)이란 뜻으로 주로 빗물이나 눈이 스며들어 약해진 아스팔트 도로에 압력이 가해지며 발생한다. 겨울철 물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 아스팔트에 균열이 발생하는데 이 위로 차량이 지나가며 도로 일부가 부서지거나 내려앉아 큰 구멍이 만들어지고, 이 위를 지나갈 때 차량 제어가 제대로 되지 않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겨울에 내린 눈을 녹이기 위해 사용하는 염화칼슘도 포트홀 생성을 촉진한다. 염화칼슘 등 제설 자재가 도로에 스며들면 아스팔트를 약화시키거나 들뜨게 한다. 결국 약해진 도로 위를 과적 차량 등이 통과하면 균열이 커지고 포트홀이 만들어질 수 있다.

도로에 생긴 포트홀. 포트홀은 타이어를 훼손시키는 등 교통 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실제로 겨울철의 영향으로 최근 포트홀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지난 겨울 폭설과 많은 비가 내리면서 1~2월 중 광주시에서 8200여 건의 포트홀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2일에는 약해진 도로에 비가 내리면서 포트홀이 곳곳에서 발생해 하루 동안 차량 100여 대의 타이어가 파손됐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충북도로관리사업소에 따르면 충북에도 지난 11월부터 1월말까지 280여 건의 포트홀 신고가 접수됐다. 상황이 이렇자 자동차 운전자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최근 들어 급증한 포트홀에 불안함을 호소하는 운전자들이 많다.

자동차 동호회 카페 회원인 A 씨는 "요즘 차 타고 다니다 보면 포트홀이 정말 많은 것 같다"며 "운전하다가 깜짝 놀랄 때가 한 두 번 아니다. 정말 무섭다"고 토로했다.

다른 카페 회원 B 씨도"비 온 뒤에 포트홀이 엄청 많이 생겼더라"며 "포트홀을 피하다 사고가 나던지, 포트홀을 밟아 사고가 나던지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포트홀에 대한 불안함을 호소하는 글. 사진=인터넷 카페 캡처

이렇듯 포트홀은 크고 작은 사고를 유발해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한다. 포트홀이 '도로 위 지뢰'라고 불리는 이유다. 한국도로교통안전공단이 실험한 결과 포트홀 위로 차량이 지날 경우 타이어의 옆면이 부풀거나 찢어지는 등의 현상이 발생했다. 더 심한 경우 타이어 및 휠의 파손이나 변형, 공기압 손실 등으로 인해 차량 전복 등 큰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뿐 아니라 도로 위 오토바이도 포트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다. 지난 2016년 7월 전북 완주군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운전자가 도로 옆 옹벽을 들이받고 숨졌다. 포트홀에 앞바퀴가 걸려 중심을 잃고 쓰러진 것이다.

도로 위 발생한 포트홀을 작업자들이 정비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2013년에도 오토바이를 타던 경찰관이 포트홀을 지나다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고 숨진 사고가 있었다. 포트홀이 사고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이은권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 5월까지 약 2년 동안 전국에서 포트홀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5527건이다. 이중 사람이 다친 인적 사고는 654건에 달했다.

또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전국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포트홀 사고 피해보상액만 17억 5000만 원에 이른다.

이렇게 매번 비슷한 시기에 반복되는 포트홀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대부분 포트홀이 발생하면 빈 곳에 긴급 도로보수재인 포대 아스콘을 부어 메꾸는 대응에 그치고 있다. 피해가 반복되는 만큼 도로 내구성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과적 차량에 대한 관리 등 더욱 세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는 포트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차량 관리 등 전반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재호 동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포트홀을 임시방편으로 응급 처방을 하는 이유에는 교통 흐름을 끊지 않고 원활히 하기 위함도 있다"며 "짐을 많이 실어 도로에 무게를 가하는 과적 차량에 대해선 다른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우회로를 마련하는 등 제어를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포트홀은 차량에 큰 피해를 끼치는 등 운전자에게 아주 위험한 유해 요소 중 하나"라며 "과적 차량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은 더욱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미 기자 zoom_011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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