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해미순교성지 '국제성지' 됐다

국내 첫 번째 국제성지…아시아에서는 두 번째
"순교자들의 신앙을 모범으로 인정하고 세계에 널리 알린 영광스러운 사건"

충남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에 있는 해미순교성지가 국제성지로 지정됐다.

9일 서산시에 따르면 교황청은 지난 1일 해미순교성지를 국제성지로 지정·선포했다. 해미순교성지는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기에 처형된 순교자들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순례지다. 1935년 서산성당 신부 범바로의 조사와 발굴로 알려진 뒤 천주교 신자들의 기념과 순례가 지속되고 있다. 순교자들을 통해 이른바 '순교 신심'이라는 한국 천주교회의 독특한 정신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교황청은 지난해 11월 29일 해미순교성지를 국제성지로 승인하고 선포 절차를 밟아왔다. 국내에서 국제성지 선포는 첫 번째며,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다. 유명한 성인이 있거나 특별한 기적이 있었던 곳은 아니지만, 이름이나 세례명을 남기고 순교한 천주교 신자 132명의 기록이 남아 있다. 기록되지 않은 신자 2000여 명은 1866년 병인박해(丙寅迫害) 등 천주교 박해로 생매장당했다. 당시 신자들을 해미읍성 서문 밖 돌다리에서 자리개질 등으로 처형했는데, 그 숫자가 너무 많아 해미천에 큰 구덩이를 파고 모두 묻었다고 전해진다. 죽음을 앞두고 기도하며 부른 "예수 마리아"를 마을 주민들이 "여수머리"로 잘못 알아들어 '여숫골'로 불리기도 했다.

세계 국제성지로는 역사적 장소인 이스라엘 예루살렘·이탈리아 로마·스페인 산티아고 세 곳, 성모 발현지인 멕시코 과달루페·포르투갈 파티마 등 스무 곳, 성인 관련 순례지 여섯 곳 등이 있다. 한광석 해미순교성지 전담 신부는 "이번 국제성지 선포는 이름도 남기지 못한 순교자들의 신앙을 모범으로 인정하고 이를 세계에 널리 알린 영광스러운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맹정호 서산시장은 "성지를 체계적으로 보존해 더 많은 시민이 편하게 찾고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문화부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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