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곤기자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30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공화정이 무너지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사과를 촉구했다. 특히 지난 2004년 국민의힘이 한나라당 시절 주 원내대표가 연극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한 것을 언급하며 비판의 수위를 올렸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을 내고 "도를 넘는 막말로 헌정질서 흔드는 주 원내대표, 즉각 사과하십시오"라고 밝혔다.
최 수석대변인은 "전날 주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 따를 것'이라며 금도를 넘어서는 말을 내뱉었다"며 "급기야 대한민국 공화정은 무너질 것이라며 헌정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기가막히다 못해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주 원내대표가 2004년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환생경제'(還生經濟) 연극에 출연했던 것을 언급하며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고 비하하고 조롱했던 사람이 감히 누구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두 대통령을 언급하는 것이 가당한 일인가"라며 "당장 정국을 파행으로 몰고 가 국정혼란을 야기하고, 이를 통해 한낱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정략적인 행태를 멈추기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 2004년 한나라당이 선보인 연극 '환생경제' 뭐길래
최 수석대변인이 언급한 연극 '환생경제'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지난 2004년 8월 전남 곡성에서 선보인 연극이다. 해당 연극은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가 준비한 연극으로, 주요 내용은 늘 술에 취해 있는 아버지 '노가리'가 아들 '경제'가 후천성 영양결핍으로 죽었는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경제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을 하고 있는 이 연극에서 주 원내대표는 노 전 대통령을 풍자한 '노가리' 역할을 맡아 연기 한 바 있다.
연극을 보면 저승사자는 아들 '경제'를 환생시켜주는 대신 3년 뒤 아버지를 데려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마을 사람들은 죽었던 아들 '경제'가 살아났다며 소리친다. 연극배우로 나선 의원들은 노 전 대통령에 "노가리", "육X헐 놈", "개X놈" 이라고 비난해 현직 대통령이던 노무현 대통령을 모독했다며 당시 큰 파문이 일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의원들과 함께 이 연극을 관람하기도 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은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공식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연극은 연극일 뿐"이라고 반박하며 "대사 몇 개를 빌미로 연극 전체를 문제 삼는 것은 올바른 문화적 자세가 아니다"라고 관련 논란을 일축했다.
당시 여당 인사들은 해당 연극에 대해 지속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연극이 공개된 직후 문성근 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환생경제'라는 연극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보시죠"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참여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민주당은 환생경제에서 노 대통령에게 성폭력적 언사를 하며 낄낄댄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앞서 주 원내대표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 한 번 더 생각해 보십시오. 그게 당신이 가고자 하는 길인가"라며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담담히 받아들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울고 계신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