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홍남기 사의반려 '막전막후'…꺼지지 않는 개각의 불씨

文대통령 '홍남기 부총리 신임' 의사 밝혔지만…연말 개각에 기재부 장관 포함될 가능성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장세희 기자] "국무회의 직후 대통령께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면담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3일 문재인 대통령과 홍 부총리의 면담 사실을 전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문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데는 홍 부총리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조기 진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강 대변인은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 문제는 반려 및 재신임이 최종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과 청와대의 반려 사실 공개 이후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분명한 어조로 청와대의 뜻을 전한 셈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회의 시작에 앞서 안일환 기재부 2차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경제 위기에도 한국이 선방하는 상황에서 경제사령탑 교체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문제는 홍 부총리의 거취 논란을 없던 일로 여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의 신임 의사가 공개되면서 홍 부총리에게 힘이 실리게 됐지만 논란의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홍 부총리의 '돌출 행동'을 여당 쪽에서 불편하게 여기는 데다 연말 개각 변수도 거취 논란을 증폭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홍 부총리의 행동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사의 전달 사실을 공개한 것은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둘러싼 자신의 소신을 강조한 선택이다.

경제 부처를 책임지는 사령탑으로서 정책적 소신에 대한 메시지는 주목받게 됐지만 여권에 정치적 부담을 안겨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당 쪽에서 홍 부총리에 대한 비판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경제사령탑으로서 순항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2월 정기국회 예산 처리까지는 역할을 이어가겠지만 연말 개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교체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포함해 경제 컨트롤타워가 모두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관가에서는 이미 후임자를 둘러싼 하마평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홍 부총리 후임으로는 고형권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행시 30회), 구윤철 국무조정실장(행시 32회),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행시 32회), 은성수 금융위원장(행시 27회), 김용범 기재부 1차관(행시 30회)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고 대사는 전남 해남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기재부 1차관을 지낸 바 있다. 구 실장은 대구 영신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문재인 정부 예산안 편성을 총괄한 인물이다.

홍 부총리의 거취는 문 대통령에게 고민의 대상이다. 신임 의사를 이미 전했는데 연말 개각 과정에서 홍 부총리를 교체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문 대통령이 공을 들이는 '한국판 뉴딜' 등 대형 국정 과제의 추진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홍 부총리에게 기회를 부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연말 개각이라는 타이밍을 놓칠 경우 경제사령탑 교체를 둘러싼 정치적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상반된 분석도 있다. 연말 개각 때 자연스럽게 교체하는 것이 오히려 경질 논란 등 정치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선택이라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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