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사의 표명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

22일 오전 검찰 내부망에 글 올려 "이제 검사직 내려놓으려 한다"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박순철 서울남부지방검찰청장(56·사법연수원 24기)이 22일 사의를 표명했다.

박 지검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 게시판에 ‘라임사태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면서 “이제 검사직을 내려 놓으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1조50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준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김OO(김봉현)은 1000억원대 횡령·사기 등 범행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 그 본질”이라며 “로비 사건은 그 과정의 일부일 뿐임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OO의 2차례에 걸친 입장문 발표로 그간 라임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고, 나아가 검찰 불신으로??지 이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서 검찰이 이렇게 잘못 비춰지고 있는 것에 대해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지경”이라며 “이렇게 정치권과 언론이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비판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남부지검 라임수사팀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그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지검장은 그간 불거졌던 라임 사태의 검찰 수사에 대한 의혹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검사 비리는 김봉현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기 때문에 대검에 보고자체가 없었고, 야당정치인 비리 수사 부분은 5월께 전임 서울남부검사장이 격주마다 열리는 정기 면담에서 면담보고서를 작성해 검찰총장께 보고했다”면서 “그 이후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으며, 8월 31일 그간의 수사상황을 신임 반부패부장 등 대검에 보고했다. 저를 비롯한 전·현 수사팀도 당연히 수사를 해왔고 그렇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은 있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라 서울남부지검은 제기된 의혹에 대하여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해야만 한다”면서 “이미 지난 주말부터 별도의 전담팀을 구성하여 수사에 착수했고, 수사지휘에 따라 대검과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하게 수사하는 것만 달라졌을 뿐 진실을 있는 그대로 파헤쳐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 지검장은 “검찰청법 제9조의 입법취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검찰권행사가 위법하거나 남용될 경우에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며 “2005년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 당시 검찰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자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고 사퇴했다. 그 때 평검사였던 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는데, 그때와 상황은 똑같지는 않지만 이제 검사장으로서 그 당시 제 말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정부지검장 시절 검찰총장 장모의 잔고증명서 위조 관련 사건을 처리한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야당에서 수사필요성을 주장하자 여당에서 반대했고, 그 후에는 입장이 바뀌어 여당에서 수사필요성을 주장하고 야당에서 반대하는 상황이 연출됐다”면서 “수사팀은 정치적 고려없이 잔고증명서의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선택했고 기소했는데, 그 이후 언론 등에서 제가 누구 편이라고 보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지검장은 “저는 1995년 검사로 임관한 이후 26년간 검사로써 법과 원칙에 따라 본분들 다해 온 그저 검사일 뿐”이라며 “검찰은 어떻게 해야 공정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법(法)은 ‘물(水) 흐르듯이(去)’ 사물의 이치나 순리에 따르는 것으로 거역해서는 안 된다”면서 “검찰은 그렇게 법을 집행해야 하고, 또한 국민들에게도 그렇게 보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 지검장은 “검찰이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오지 못한 것은 검사장의 입장에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면서도 “다만, 정치와 언론이 각자의 프레임에 맞춰 국민들에게 정치검찰로 보여지게 하는 현실도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울 뿐”이라고 글을 맺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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