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11년 만에 '임금 동결' 잠정합의

車산업 재편·코로나 위기에 공감대…올해 임협 9부능선 넘어

[아시아경제 김지희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기본급 동결을 골자로 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현대차의 기본급 동결은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이다. 자동차 산업구조의 재편에 더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노사가 공감대를 이룬 모습이다. 현대차의 임협의 잠정 합의를 계기로 기아차와 한국GM, 르노삼성 등 완성차 업체의 임단협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오는 25일 이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한 임협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날 현대차 노사가 마련한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동결 외에 경영성과급 150%, 코로나19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 10주,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등 조합원 평균 830여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와 자동차산업 대 전환기 속에서 미래차 시대 경쟁력 확보와 생존을 위한 합의안 마련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임금 동결은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 이어 세 번째다. 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분규로 잡정합의안을 이끌어내면서 역대 두 번째 연속 무분규 잠정합의 기록도 냈다. 현대차 노사는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을 고려해 교섭기간을 최소화했다. 지난달 13일 상견례부터 잠정합의까지 걸린 시간은 40일에 불과하다.

특히 이번 교섭은 노사가 전기차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에 발맞춰 임금보다 고용에 방점을 찍고 협상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양측은 올해 최대 화두였던 전기차 전용 공장, 총고용 보장 등 일자리 관련 이슈에 대해 일찌감치 합의점을 찾은 상태다. 이번 합의에서 노사가 함께 채택한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선언문은 ▲국내공장 미래 경쟁력 확보와 재직자 고용안정 ▲전동차 확대 등 미래 자동차산업 변화 대응 ▲미래산업 변화 대비 직무전환 프로그램 운영 등에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올해 임협 시작 전부터 파업 일변도의 기존 교섭과 다른 모습을 예고했던 노조가 올해 한발 물러선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사측은 지난 17일 진행된 11차 본교섭에서 기본급은 동결하고 월 통상임금의 130%+50만원을 성과금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의 첫 임금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후 실무교섭 등을 통해 사측의 첫 제시안에서 성과급과 격려금 등은 일부 상향하되 기본급은 동결하는 방식으로 합의점을 도출한 것이다.

이번 잠정합의로 일단 추석 전 임금협상 타결에 청신호가 켜진 분위기다. 무엇보다 오는 25일 예정된 조합원 찬반투표가 변수로 남아있다. 노조 내 일부 강경파를 중심으로 기본급 동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투표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노조는 잠정합의안에 대한 대의원 및 조합원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수요 위축에 따라 노조 입장에서도 고용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노사가 갈등을 이어가는 데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와 달리 기아차와 한국GM 등 여타 국내 완성차 업계의 교섭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먼저 지난달 말에야 임단협 상견례를 가진 기아차는 논의가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과 성과급 지급, 미래차 관련 고용 확보 등 여러 쟁점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못한 탓이다. 일단 기아차는 오는 24일 5차 본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11일 노조가 사측의 1차 제시안에 반발해 교섭결렬을 선언한 이후 대립각을 세워오고 있다. 노조가 이미 쟁의권 확보 절차에 들어가면서 추석 이후 파업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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