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의혹 스페인 전 국왕, '망명' 의사 밝혀

사우디로부터 1억달러 받은 뒤 비밀금고에 숨긴 혐의
스페인 검찰이 허락해야 망명 가능
스페인 왕가 존립 위기 맞아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부패 의혹이 제기된 스페인 전 국왕이 스페인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이 뇌물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은 사실이 알려진 뒤 스페인 왕가의 명예는 물론, 현 펠리페 6세 국왕 역시 입지가 좁혀진 상황이다.

카를로스1세 전 국왕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카를로스 전 국왕은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입지가 악화됨아들인 펠리페 국왕에게 편지를 보내 스페인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어디로 갈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카를로스 국왕은 2011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와 메디나를 연결하는 고속철 사업권을 따낸 스페인 컨소시엄이 사우디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하자, 막후 중재자로 나섰다. 이 때 중재 역할로 사우디로부터 1억달러의 거액을 제공받았는데, 이를 내연관계인 독일인 여성 사업가 코리나 라르센을 통해 스위스의 비밀계좌에 넣어뒀다는 것이다.

카를로스 전 국왕의 부패 의혹은 현재 펠리페 국왕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버지의 비자금이 아들에게 흘러갔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펠리페 국왕은 유산 상속을 포기한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여론의 압박은 계속됐다. 펠리페 국왕에게는 스페인 왕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압박이 계속나왔다.

카를로스 전 국왕은 "스페인 국민과 정부, 왕을 위해 헌신한다는 바람 아래 스페인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펠리페 구왕은 카를로스 전 국왕의 결정에 감사를 표하며, 지난 재임기 스페인 민주화에 기여했던 공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카를로스 전 국왕은 과거 군부독재에 있던 스페인이 민주정치를 회복하는 과정을 지원해, 스페인 국민들의 존경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2014년 퇴임했다.

일단 카를로스 전 국왕이 망명 의사를 밝혔지만, 떠날 수 있을지는 검찰의 판단이 필요하다. 카를로스 전 국왕 변호진은 국외로 떠날 수 있을지는 검찰의 처분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스페인 내부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82세의 전 국왕의 지위를 유지시킬 것인지, 그를 해외에 내보낼 것인지, 사법 처벌을 받도록 할 것인지 등이 그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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