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인業풀기]④미용실끼리 합치는 게 왜 안돼?

미용실의 위생수준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10년째 미용실을 운영하던 A씨는 올해 초 경기불황으로 수입이 줄어들자 인근에서 비슷한 규모로 미용실을 운영 중인 절친 B씨와 신중한 논의를 거쳐 미용실을 합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영업장을 합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던 A씨와 B씨는 두 사람이 운영하던 미용실을 하나로 합쳐 함께 경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용실 내부에서 네일숍을 함께 운영하는 지인을 알고 있는데, 미용실에서 다른 업종인 네일숍을 함께 운영하는 것은 괜찮지만 같은 업종인 미용실끼리 합치는 것은 불법이란 사실을 알고 절망했다.

현행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미용업(일반, 손톱, 발톱, 화장, 분장) 등 공중위생영업장은 다수의 미용 업자가 선과 줄로 구분해 함께 영업을 할 수 있도록 개선 중이고, 내년부터는 소독장비 등도 공동사용을 허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용업(일반적으로 미용실과 이발소 등)은 동일 영업장에서 칸막이나 커튼으로 구획하지 않으면 다른 이용업자나 미용업자와 함께 영업할 수 없고, 소독장비도 공동사용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서로 다른 업종인 헤어숍(미용실)과 네일숍 간에는 별도의 구획 없이도 같은 영업장을 공동 사용하는 것이 허용되지만, 미용실과 미용실을 합쳐 영업하려면 영업장 중간에 칸막이나 커튼을 쳐서 영업장을 서로 구분해서 사용해야 하고, 같은 공간에서 영업해도 소독장비는 각자 따로 사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호황일 때는 몰랐지만, 불황으로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미용실 등 소규모 영업장을 합쳐 공동으로 운영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법의 맹점이 드러난 것이다.

A씨는 "다른 업종 간에는 영업장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같은 업종끼리는 공동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사업자등록을 취소하고 고용 형태로 함께 일하면 된다고 하는데 그런 철없는 소리를 하는 사람은 가게 운영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다. 법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말 기준 등록·운영 중인 전국의 이용업소는 1만7135개다. 업종에 관계없이 2개 이상의 미용실이 하나의 영업장을 공동 사용하도록 허용할 경우 월세와 부대시설 사용료 등 고정비용이 줄어드는 이점이 있다.

또 업소당 별도의 소독기 비용(10만원 내외)과 평균 5000만~1억2000만원 정도의 창업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런저런 비용이 줄어들면 미용업 자영업자의 폐업률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 옴부즈만 관계자는 "각 미용업자가 영업장을 공동 사용하더라도 시설·설비 기준을 준수하고 영업자 의무를 모두 지키면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지난 4월 발표한 규제개혁신문고 개선조치로 미용업은 올해 상반기까지 선과 줄로 구분해서 공유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장비 공동사용도 허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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