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민기자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일명 구글세로 불리는 '디지털세'에 대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개별 국가들이 자체 디지털세인 '디지털 서비스세(DST)'를 도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디지털 기업의 세금 부담도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4일 OECD 산하 경제자문기구(BIAC) 한국위원회와의 비공개 연례회의에서 OECD내 디지털세 논의동향과 각국의 움직임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OECD는 사업장을 두지 않은 글로벌 IT 기업에 대해서도 매출발생국이 과세권을 갖도록 하는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이 디지털세 대상 기업으로 꼽혀 일명 구글세라고 불린다. OECD가 올해 말까지 디지털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각국의 이해가 첨예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실제 합의에 도달해도 집행까지는 4~5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와중에 자체적으로 DST를 도입하는 국가가 증가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7월 프랑스가 DST를 발효한 이래 서유럽권은 2~3%가량의 DST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오스트리아 및 체코 등 동구권은 5~7% 가량의 고율 DST를 추진 중이다.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권 국가들도 DST 혹은 이와 유사한 원천징수세를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이 도입하는 DST가 우리 기업의 세금 부담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영업 활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윤 BIAC 한국위 위원장은 이번 회의 개회사에서 “디지털 경제로의 이행 과정 중 과도기 차원의 각종 디지털세에 대해 기업인으로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 이중과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BIAC 조세관련 정책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경근 박사도 세계 각국의 DST 도입으로 이중과세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DST는 법인세가 아닌 매출세라는 점에서 간접세에 가깝기 때문에 한국 내에서 외국납부세액공제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또 "외국의 일방적인 DST는 조세조약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해외에서 법인세 취급을 한다고 하더라도 국내에서 외국납부세액공제 적용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디지털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박사는 정부가 OECD와 같은 다자기구에서 적극 활동하며 DST를 일방적으로 도입하는 국가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세금 부담 완화를 위해 세액공제 확대 등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도 “OECD의 국제공동 디지털세가 삼성, 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소비자대면기업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개별 국가에 대한 디지털세 대응과 더불어 OECD 디지털세의 과세대상을 디지털 기업으로 한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여러 다자기구와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