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혁명]中企 '재택근무, 대기업 얘기죠'

중소기업 68%
"스마트워크, 시도조차 못했다"
시스템 기반·인력 부족 탓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국내의 한 중견기업 협력사에서 근무하는 정용현(32ㆍ가명)씨는 지난 3월부터 두 달간 재택근무를 하라는 회사의 지침을 받고도 1주일밖에 재택근무를 하지 못했다. 원청 업체 소속 직원들의 눈치 때문이었다. 정씨는 "지금 재택근무를 해서 어떡할 거냐며 원청 업체 직원들로부터 타박을 듣고 어쩔 수 없이 회사로 출근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송도철(31ㆍ가명)씨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매일 회사로 출근했다. 그의 업무는 경영 관리이지만 인원이 적은 중소기업의 특성상 때때로 현장을 지원하는 업무도 도맡아야 해서다. 송씨는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발생하면 공장 전체를 멈춰야 하는데도 재택근무는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코로나19 사태로 도입하는 재택근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대기업들은 앞다퉈 '스마트워크'를 도입했지만 시스템 기반이나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이를 선뜻 시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5월21일부터 26일까지 중소기업 301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중소기업 스마트워크 구축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68.1%가 스마트워크를 활용한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2년 내 스마트워크를 활용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곳은 44.5%에 그쳤다. 중소기업들이 재택근무 도입에 소극적인 이유에는 스마트워크 시스템 도입에 드는 비용 부담과 불명확한 업무 분장, 원청 업체와의 시스템 연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들의 대응이 더딜 경우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황경진 중소기업연구원 일자리혁신센터장은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고, 유사한 상황이 언제 또 닥칠지 몰라 재택근무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변화는 조직이 작을수록 빠르기 때문에 각 중소기업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이 대면 중심의 업무를 단기간에 바꾸기 어려운 만큼 장점을 잘 살리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주영섭 고려대 석좌교수(전 중소기업청 청장)는 "중소기업들이 주로 상대하는 고객과 그들의 인프라는 대면을 추구하는 형태"라며 "중소기업들은 대면 업무가 필요한 영역들을 더 보완해 자신들만의 강점을 찾고 소비자, 거래처 등과 접촉 시 대면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분명한 장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소비자경제부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